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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8 18:06 수정 : 2006.12.18 18:06

왜냐면

지난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에 관한 교육을 받고 지난주 여성가족부 장관의 전문강사 위촉장을 받게 되었다. 남성으로서 양성평등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강사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모성보호법, 성매매방지법, 영유아보호법 등을 제정 또는 개정하고 호주제를 폐지하는 등 법과 제도 면에서는 양성평등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문화, 직장, 가정에서 성(性) 차별이 많이 남아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정폭력 가해 남성들의 아내들은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아이들과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때리지 않고, 술에 취해 들어와 억지로 부부관계를 고집하지 않는 그런 남편을 바라고 있었다.

가정폭력 가해 남성들을 교육하고 만나면서 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부인의 신고로 처벌을 받게 된 것에 불만을 토로하며 “북어와 마누라는 3일 걸러 두들겨 패야 하는데 마누라를 그냥 놔두었더니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이런 말을 아무런 거리낌이나 주저함 없이 자연스럽게 말한다는 것이다.

또 그들 대부분은 이해하기 힘든 ‘강한 남자 신드롬’에 빠져 있었다. 여자들은 돈 잘 벌고, 밤에 부부관계를 오래 하며, 많이 배운 남자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만의 착각이다. 후에 집을 찾아가 만나본 그들의 아내들은 남편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아이들과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때리지 않고, 술에 취해 들어와 억지로 부부관계를 고집하지 않는 그런 남편을 바라고 있었다.

실제 남편을 살해한 한 여성은 법정에서, 남편이 술에 취해 문을 두드릴 때 마치 저승사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더욱이 가정폭력이 있는 환경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대부분 대물림하여 가정폭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가정 안에서, 특히 가정폭력 가해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아직도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성적 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법과 제도적 변화를 통해 양성평등의 틀을 마련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절실한 것은 가정 안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 의식을 심고 성역할의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일이다. 이제는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어느 한 성이 차이를 통한 차별 속에서 고통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가정이 화목해지는, 모두가 이기는 ‘윈윈’의 경기를 하자는 것이다. 남성들은 더 이상 왜곡된 ‘강한 남자의 꿈’을 꾸지 않았으면 한다.

신달수/양성평등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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