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8 18:03
수정 : 2006.12.18 18:03
왜냐면
우리나라에서 ‘영어 열풍’은 하루이틀 된 것이 아니지만 요즘에는 대학가까지 강타하고 있다. 국내 여러 대학이 앞다투어 영어강의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는 2007년도 신입생부터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고려대는 영어강의 비율을 최대 60%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서울대나 포항공대 등도 비슷한 정책을 펴는 실정이다.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과연 이러한 영어강의 확대가 합리적인 정책일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영어로 강의함에 따라 그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수업의 내용이 영어에 가려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려대에서 벌인 영어강의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56%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였고, 그중 절반 가량인 42.5%는 영어강의 수준이 너무 높아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하였다. 이런 문제는 단지 학생만이 아니라 교수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영어라는 익숙지 않은 언어로 강의를 하다 보면 복잡한 개념의 경우 설명을 제대로 하기 힘들고, 그로 인해 전달이 안 되거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게 된다. 이는 영어수업의 본래 목적인 학생들의 실력 및 경쟁력 강화에 도리어 역행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또다른 측면에서도 문제는 있다. 학생의 강의 선택권 제한이 그것이다. 영어 강의를 확대하고 한국어 강의를 줄이면 영어 강의를 듣기 싫은 학생은 수업 선택의 폭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학교 방침에 따라 적절한 수준에서는 강제성도 필요할 수 있지만 앞에서 말한 정책들은 이미 그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 외국 대학들과도 비교를 해 보면, 유럽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영어강의 비율이 10%를 넘지 않고 영어강의 자체도 주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학생과 학교 간의 협의를 거쳐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영어로 강의함에 따라 그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수업의 내용이 영어에 가려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영어수업의 본래 목적인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리어 역행하는…
영어강의 확대는 현실적으로도 아직 이른 정책이다.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문제가 바로 성적인데, 심한 경우에는 학점이 단지 영어 실력에 의해서 정해질 수 있다. 더불어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학교의 의도는 영어를 접할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영어를 강제로 필요하게 만든다는 것이고 학생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부작용이 많아진다.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의 능력을 총체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어강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영어가 교육에 필요한 수단이 아니라 과목 수업에 우선하는 주된 목적이 되어 버리는, 즉 주객이 전도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대학의 정책과 학생의 요구가 잘 조화된 개혁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홍인택/한국과학기술원 대덕캠퍼스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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