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1.23 17:13 수정 : 2006.11.23 17:13

왜냐면

세상이 이렇게 소란스러울 수 없다. 천정부지의 기세로 치솟는 아파트 값에 모두가 한마디씩 하며 열을 올린다. 이상한 것은 절반에 가까운 무주택자들의 목소리는 간데없고, 천문학적인 투기수익을 챙긴 사이비 시장론자들의 목소리만 크다. 이제 이 땅에는 무주택자들의 침묵을 제대로 살피는 사람도, 이들의 절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대책을 아홉 번이나 발표했다. 누더기가 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챙겨야 할 것은 다 들어 있었다. 시장론자의 탈을 쓴 투기세력들은 정부 발표가 있을 때마다 ‘세금폭탄’이니 뭐니 부정적 언사와 궤변을 동원해 정책효과와 기대를 반감시켜 왔다. 그들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규정과 종합부동산세를 자기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동안 한시적으로 폐지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꽉 막힌 부동산시장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평생을 벌어도 이들이 가진 아파트 몇 평 값을 모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은 불과 1~2년 사이에 챙긴 수십억원의 투기수익에 대하여 세금마저 한 푼 내지 않고 빠져나가겠다는 것이다.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많은 세금을 내고, 모든 소득에 대해서 누구나 세금을 내는 것이 건전한 시장론자들이 신봉하는 조세의 원칙이자 정의의 법칙이다.

사실 투기대책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거나 복잡할 것도 없다. 투기에 전용될 위험이 있는 자금을 원천적으로 통제하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세제를 강화하면서 적절한 수급정책을 펴나간다면, 시장에 왜곡이 없는 한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렇게 볼 때 정책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투기자금을 원천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데에 있다. 참여정부는 정치적인 계산으로 개발계획을 남발하였고,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자금의 투기시장 유입을 차단하지 못하였다. 금융당국은 기업대출을 회피하는 왜곡된 금융시장을 방관하면서 아파트 담보 대출에만 급급하는 시중은행에 계속 자금을 지원해 투기세력의 돈가방을 불려주었다. 최근 발표된 대책에서도 대출자금의 총량규제는 찾아볼 수 없고, 시중은행을 자극하여 대출금리만을 올려놓았다.

둘째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인한 신뢰 상실이다. 현 집권세력이 즐겨 쓰는 상황논리와 정책의 조변석개는 회임기간이 필요한 경제정책에 관한 한 국민에게 유산과 사산의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 내놓는 정책이 아무리 탁설명책(卓說名策)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나라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신뢰를 으뜸으로 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로, 사이비 시장론자들의 시장교란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쟁의 원리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실수요자의 자유로운 시장 참여가 보장되고 가수요나 독점과 같은 왜곡요인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절대다수의 무주택자와 빈곤한 서민들의 참여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되고, 투기세력에 의한 가수요만이 활개치는 작금의 투기판을 과연 자유경쟁 원리에 지배되는 공정한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시장은 언제나 공정하고 자애로운 신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천국이 아니며, 예정조화의 오묘한 질서에 따라 저절로 조정되는 낙원도 아니다.


세대별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었는데도 절반에 가까운 무주택자들의 소박한 꿈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집값 폭등의 원인이 공급부족에 있다는 주장을 혀끝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이들은 400조원이 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으니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었는지 잘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 돈 역시 부동산 투기로 긁어모은 돈일 거라고 믿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사라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킬 의지가 있다면,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소득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가진 자가 약자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망국적인 투기행위를 뿌리뽑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특단의 조처까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장익철/세무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