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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9 17:28 수정 : 2005.03.09 17:28

교육부의 ‘초중등학교 비정규직대책 시행계획’에는 행정실, 전산실, 급식실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교원업무 보조원’으로 통합하는 것이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통합을 위한 계약해지가 발생하고 있다.

나는 전북 남원의 사립 중학교에서 10년째 근무하던 비정규직 사무보조자(육성회 직원)다. 지금 나는 학교에서 해고당했다. 2004년 12월4일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을 때는 학교 예산 부족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내가 근무한 학교는 학급 수가 지난해 4학급에서 5학급으로 증가되어 오히려 학교 운영비는 늘었다. 그리고 내 인건비를 삭감하여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려는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태에서 예산부족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었다.

나는 남원시교육청에 탄원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답변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교원업무 보조원으로 대체 임용하라는 것이었다. 학교는 이 결정에 따랐다. 결국 그 결정에 따라 지금까지 근무하던 힘없는 교무보조원은 해고됐고, 나는 전보다 근무조건이 훨씬 열악한 교원업무 보조원으로 대체임용될 상황에 처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결정을 거부했다. 교원업무 보조원은 행정보조 및 교무보조 업무, 전산보조, 과학보조 업무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처우가 훨씬 열악한 교원업무 보조원으로 대체되어야 할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나는 원직을 요구했고, 교육청과 학교장의 지시의 부당함을 제기했다. 그 결과는 해고였다.

10여년 동안 일한 대가가 결국 이런 것이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고용형태가 변할 수 있고, 비정규직이기에 사용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것, 그것이 10년이나 학교 비정규직으로 일한 나의 실체였다.

교육부는 2004년 ‘초중등학교 비정규직대책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각 시도교육청을 경유하여 전국의 모든 학교에 그 지침을 하달했다. 교육부는 그 시행계획이 학교 비정규직의 신분안정과 처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내용 중엔 행정실, 교무실, 전산실, 과학실, 급식실 등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의 업무를 통합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있는데, 그 이름이 ‘교원업무 보조원’이다. 그래서 교무실, 전산실, 과학실의 업무는 한사람이 도맡아 일하도록 유도되고 있다. 내가 해고된 이유는 교육부의 그 지침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지침의 부칙에는 또 하나의 단서가 있다. “기존에 더 나은 처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의 경우 종전보다 처우가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단서 조항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말장난에 불과하다. 나는 교육부 지침에 의해서 종전보다 처우가 악화되었기에 원직을 요구했으나 해고당했다. 무엇이 진짜 교육부 지침인가?

나는 해고당한 뒤 나와 같은 사례가 전국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 비정규직의 업무를 ‘교원업무 보조원’으로 통합하라는 지침에 의해 일선 학교에서는 누구를 해고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업무통합을 위해 계약해지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교육부가 말하는 비정규직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인가? 신분안정은 통합업무로 신분을 변경하라는 것이고, 처우는 비정규직 신세를 벗어날 수 없는 처우인가?

나의 해고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부의 지침을 ‘법’으로 알고 집행하는 학교장에 의해 해고된 나를 두고 교육부는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의문이다. 두 아이의 어미로서 성실성과 애교심 하나로 일해온 나의 해고는 부당함에 맞선 것에 대한 혹독한 대가였다.

교육부는 진정으로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지침으로 전국 10만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눈물젖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참된 대책일 것이다.

이영임/전북 남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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