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9 20:55
수정 : 2006.10.19 20:55
왜냐면
4대 보험 중 건강보험 징수율은 이미 국세 징수율을 초과한지 오래됐고, 5인 미만 사업장 소득자료 또한 국세청보다 앞서 있다.
지난달 4대 사회보험 징수공단 설립을 위한 정부의 최종안이 확정됐다. 2009년부터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등 4대 보험의 부과·징수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고 조직으론 국세청 산하에 ‘사회보험 통합징수 공단’을 설립·운영하는 것이 뼈대다. 정부는 통합공단 신설의 장점으로, 4대 기관의 방만한 경영요소를 줄이고 국세청의 조직망을 통한 4대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징수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그 발상의 출발점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점이 있다.
4대 보험 중 건강보험 징수율은 이미 국세 징수율을 초과한 지 오래됐고, 5인 미만 사업장 소득 파악자료 또한 국세청보다 앞서 있다. 그럼에도 4대 보험을 통합하고 징수 부문만을 국세청 산하기관으로 두려는 정부의 본심에는 불안정한 재정문제를 안고 있는 국민연금의 개혁을 징수기관 통합으로 손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정부에서 국민연금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개혁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핵심은 더 많이 걷고, 더 늦게, 더 적게 지급하는 것이다. 개혁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지만, 가뜩이나 연금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은 판에 현재보다 더 고부담 저급여 체계로 바꾸어 나가는 데 대한 저항심리로 인해 시행이 만만찮다.
4대 보험 징수공단에서 발부하는 통합고지서는 이런 고민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을 법하다. 하지만 4대 보험의 수용성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는 졸속적인 징수 통합안은 4대 보험 전체의 징수율 하락으로 이어져, 겨우 안정기를 맞은 4대 보험 제도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4대 보험 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관장기관이 경제부처와 복지부처로 나뉘어 운영됨에 따라 4대 보험정책의 안정적 기반이 크게 무너질 수도 있다.
다만, 정부가 주장하는 4대 보험 징수 통합의 필요성으로 4대 기관의 중복행정 낭비와 방만한 경영요소 해소 측면은 통합의 당위성에서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해법을 4대 보험 업무 중 부과·징수 부문만 떼어내 국세청 산하기관으로 두는 것이 최선의 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차라리 4대 보험 전면 통합을 전제로 한 가칭 사회보험청의 설립이 더 바람직한 대안일 것이다. ‘4대 보험 징수공단(안)’은 관련 업무 종사자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가입자인 전 국민의 보장성 후퇴 등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기에 정부의 신중하고 세심한 접근을 당부한다.
오영제/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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