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6 18:33
수정 : 2006.10.16 18:33
왜냐면
동대문운동장의 노점상들은 서울시의 정책에 협조해 이주를 한 것인데, 행정관청의 정책에 협조한 대가가 결국 자신의 생존권 박탈이라면 과연 어느 누가 앞으로 공공사업에 협조할 것인가.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 나는 전국빈민연합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빈민연합은 노점상과 철거민을 지원하는 단체다. 이곳에서 양극화로 고통받는 노점상, 철거민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최근 이들 노점상의 시름을 더 깊게 하는 일이 서울시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동대문운동장 노점상의 생존권을 무시한 채 벌어지고 있는 동대문운동장 개발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31 지방선거 당시 강북 도심상권 부활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 공약의 하나로 서울시는 9월18일, 동대문운동장을 디자인콤플렉스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고, 나아가 오세훈 시장은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노점상을 그대로 두고는 강북을 고급스런 이미지로 개발할 수 없다며 노점상 철거를 공론화했다. 동대문운동장의 노점상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을 원활히 하는 데 협조하여 청계천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주변 노점상들에 대해 별다른 생계 대책 없이 철거를 추진했고 생존의 막다른 길에 이른 노점상들은 이에 강력히 저항하였다. 결국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노점상들에게 당시 사용하지 않고 있던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하면 이곳을 국제적인 풍물시장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고, 노점상들은 이를 믿고 동대문운동장으로 자발적으로 이전한 것이다. 그러나 노점상들과의 약속은 결국 이명박 시장 시절 지켜지지 않았고, 현 오세훈 시장에게로 미뤄진 상태다.
오세훈 시장은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점상에 대한 설득과 대책마련을 병행하겠다고 했으나, 이명박 전 시장이 노점상들에게 해준 약속은 노점상의 권리가 아닌 배려 차원이라며 의미를 격하하는가 하면, 노점상 철거 과정에서 벌어질 상황에 대한 비난은 감수하겠다고 하는 등 노점상들의 처지에서는 상당히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발언도 함께 하였다.
사실 오늘날의 노점상은 정부와 국회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장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거리에서 장사를 하면서 생존을 모색하게 된 처지의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보니 아예 노점상부터 시작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막막한 삶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애초에 자기들이 했던 약속조차도 지키지 않고 탄압한다면 과연 이것이 합당한 일인가. 게다가 동대문운동장의 노점상들은 서울시의 정책에 협조해 이주를 한 것인데, 행정관청의 정책에 협조한 대가가 결국 자신의 생존권 박탈이라면 과연 어느 누가 앞으로 공공사업에 협조할 것인가.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앞으로 동대문운동장 사업과 관련하여 노점상들과, 또 그들의 대표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임 시장의 약속을 후임 시장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뒤집어 버린다면, 앞으로 누가 위정자들의 말을 믿을 것인가. 후임 시장은 사력을 다해서라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서민의 대표라 하지 않겠는가.
김종철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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