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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2 20:46 수정 : 2006.10.02 20:51

이동근(가명) 군산교도소 재소자 /

창살 사이로 감미로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 찬란한 오후에 저희 재소자들은 출소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며 틈틈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요즘 신문지상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님의 발언에 대한 검찰총장의 유감표시와 대한변협의 사퇴촉구 성명 소식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일련의 형사재판을 몸으로 겪은 당사자로서, 대법원장님이 말씀하신 요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소견을 적어봅니다.

흰 담장에 둘러싸인 교도소에도 ‘간수’, ‘간또’라는 말의 의미가
퇴색하고 교도관과 재소자가 서로 인격을 존중하고 있는데,
최고 엘리트 집단인 법조인들이 변화와 개혁은 뒷전에 둔 채 밥그릇 싸움에 연연해서야…


첫째,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는 표현은 거칠기는 하나 내용면에서는 큰 하자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제 경우 열번이 넘는 검찰조사를 받았는데 서른이 갓 넘은 젊은 검사로부터 군생활 후 처음으로 그렇게 심한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온갖 험상궂은 인상을 다 쓰면서 재떨이를 들었다 놨다 함은 물론이고 ‘××새끼’ 등 갖은 욕설을 퍼붓기 일쑤였지요. 어떤 때는 조서는 작성하지 않고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고문과 구타 없이 욕설만 하는 것을 보고 ‘나이 대접을 해주는구나’ 하고 고맙게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수갑을 차고 온몸을 포승줄로 엮이고 또다시 3명씩 굴비처럼 엮여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는 극심한 공포와 수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피의자들 중에서는 그 고통스럽고 압박된 분위기를 못 이겨 자포자기 식으로 불리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검사 조서에 날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둘째,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사람들을 속여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한 피의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통상 변호사는 변론을 조기에 종결지으려고 하며 피의자에게 이러이러한 것은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면 형벌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회유·종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피의자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라 혹시나 하고 인정했다가 뜻하지 않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심정의 피의자들에게 최선의 변론보다는 수임건을 돈으로만 환산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간혹 법조 비리에 대한 처벌과 대책을 접하노라면 마치 유리판에 손톱으로 흠집내기 식의 처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법조 비리에 대한 골이 얼마나 깊은지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적어도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깊은 고뇌 끝에 그런 발언을 했다고 봅니다. 물론 약자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발전을 위해서 헌신한 민변과 그 밖의 양심적인 변호사들이 더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흰 담장에 둘러싸인 철옹성 같은 이곳 교도소에도 사회에서 흔히 들어왔던 간수 또는 ‘간또’라는 말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하고 교도관과 재소자가 서로 인격을 존중하고 있는데, 최고 엘리트 집단인 법조인들이 변화와 개혁은 뒷전에 둔 채 밥그릇 싸움에 연연해야 되겠는지요? 죄 지은 사람으로서 유구무언이랄 수 있으나 나라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피력한 견해임을 해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바라건대 법조계는 이 기회에 냉철한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면서 진정한 법의 정의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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