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5 18:32
수정 : 2006.09.25 18:32
왜냐면
새로운 이름을 달고 천안에 본부를 둔 대학은 천안이 광역시로 승격되는 순간 더는 충남의 거점대학이 아님을 모르는가.
본인의 8월21일치 〈한겨레〉 기고에 대한 정규 공주대 교수의 반론(왜냐면, 9월1일)에 다시 답한다. 우선, 공주대 대학본부의 천안 이전이 국토 균형발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한 반론이 대학 자체의 발전계획 나열로 일관된 점이 아쉽다. 충남의 거점대학으로서 공주·예산·천안 캠퍼스를 각기 특화시키는 구상은 훌륭하나,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수도권론’에 맞설 대안을 제시한다면서 우선 교명 변경과 본부 이전을 추진하는 속내가 의심스럽다. 결국 2년제 공업전문대가 4년제 종합대학을 집어삼키는 ‘강육약식’의 형태가 되고 말텐데, ‘수도권 물신’의 괴력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또 하나의 역설을 낳을 셈인가?
‘지역 안 균형발전’의 논리는 더욱 궁색하다. 충남도 내 불균형 발전의 원인은 그 편심적 양태에 있다. 공주, 부여, 논산, 청양, 홍성, 보령, 서천 등이 낙후한 반면, 경부선 철길 덕에 발전한 남동부 귀퉁이의 대전은 광역시로 분리되었다. 이제 동북쪽 구석 천안의 차례인가? 지휘본부를 충남 발전의 핵심도시인 천안으로 옮길 뿐이라는데, 같은 대학의 최병익 교수는 8월21일치 〈조선일보〉에 “천안시는 불원간 광역시로 발전할 것”이라 쓰고 있다. 새로운 이름을 달고 천안에 본부를 둔 대학은 천안이 광역시로 승격되는 순간 더 이상 충남의 거점대학이 아님을 모르는가.
공대가 자리잡은 천안과 인근 산업단지 모두 공주에서 고속도로로 불과 삼십여 분의 거리임에도 대학본부까지 천안에 두겠다는 건 정보통신혁명의 시대에 억지다. 산학협력 차원에서도 그 지역 기존의 유수 대학들이 공주대 이전을 반길 리 만무하건만, 자신의 이전 시도를 마치 도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한 계획인 양 포장해선 안 된다. ‘수도권 끝자락’ 천안 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면서, 왜 공주 시민의 상실감과 자괴감은 인식 않는가. 도시 품격 유지를 위해 과거 철도 부설을 연좌시위로 막고 도청의 대전 이전도 감내하며 대학을 지킨 공주 사람들에게, 주소지가 천안인 새로운 명칭의 대학은 수도권 전철로 쉬이 통학하는 서울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편법’에 불과할 뿐이다.
한편, 수도권 일부 대학이 행정도시 내 분교 개설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데, 수도권의 거품을 빼 균형발전하자는 마당에까지 내려와 서울공화국의 ‘식민지’를 건설하려는가? 이는 2300만 비수도권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눈을 부릅뜨고 추이를 지켜볼 중대사안이다. 왜 국립공주대 교수들은 국가가 조성하는 이 대학부지 선점에 공주 시민의 고지식한 자부심을 원용하지 못하나. 조만간 충남도와 대전광역시에 각각 하나의 로스쿨이 인가되면 공주가 최적의 터가 아닌가?
끝으로, 부당한 현실의 극복을 위한 지식인의 사회참여는 종종 평범한 서민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피는 ‘격문’을 통해 가능하다. 신랄한 비판을 각오한 지식인은 때로 마키아벨리스트, 데마고그일 수 있다.
한양환 /영산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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