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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8 18:36 수정 : 2006.09.18 18:36

왜냐면

자전거는 값이 싸고 누구나 즐길 수 있어 평등 지향적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지더라도 공공선에 이르는 효과가 있다.

3년째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들은 말 중 기억나는 한마디는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다. 웰빙은 그냥 ‘빙’(Being)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욕구가 고르게 충족되는 총체적인 삶의 방식을 형용한다. 웰빙은 물질이나 정신 어느 한쪽에 편향된 개념은 아니므로 웰빙을 거부하는 인간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웰빙의 다양한 수단 가운데 자전거 타기도 정녕 포함되는가? 건강의 관점에서 자전거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심폐와 신장기능의 항진, 그리고 관절염의 예방과 치료효과 등을 들 수 있다. 관광의 관점에서 자전거는 대단히 유용하다. 적당한 속도와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자동차 관광과 도보 관광의 장점을 적절히 섞은 것과 같다. 자전거 타기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초운동이다. 인체에 과부하가 걸릴 일도, 신체의 한계에 봉착할 염려도 좀체 없다. 바퀴를 굴리는 재미도 만만찮다.

자전거는 값이 싸고 누구나 즐길 수 있어 평등 지향적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지더라도 공공선에 이르는 망외의 효과가 있다. 즉, 도로교통이 원활해지고 매연과 소음이 줄어든다. 국제 유가가 올라도 다소 여유로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률이 특히 저조한 데는 뭔가 장애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환경장애와 의식장애가 있다. 환경장애는 극복 곤란한 것과 극복 가능한 것으로 분리될 수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성남시 분당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그러나 극복 가능한 환경장애가 더 많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어 교통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든지 빈약한 자전거 전용 주차시설, 탈의·샤워 장소의 미비로 인한 불편함 등이 그 예다. 자전거 환경이 이상적 수준으로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부지하세월이 된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어도 도로는 있고 자전거 전용 주차시설이 없어도 주차시설은 있다. 탈의·샤워 장소가 없어도 화장실은 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한다는 대범한 자세와 평균적 주의력만으로 웬만한 환경장애는 극복되는 것이다.

의식장애는 생각보다 훨씬 강고하고 변화에 저항적인 면이 있다. 자전거는 그에 상응하는 신체에너지를 요구한다. 다리 운동에 연동되는 자전거 바퀴의 회전수만큼 정직하게 공간을 이동한다. 단순히 가속페달을 밟고 있음으로써 무한질주가 가능한 교통수단이 체질화되어 있을수록 자전거 타기는 어려워진다. 피부를 뚫고 땀이 나온다는 점에서 자전거 타기는 육체노동과 닮았다. 땀의 가치를 폄하하면 자전거 타기가 곤란해진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자전거 타기에 부정적 요인이 된다. 점잖은 체면이라는 의식과 자전거 타기는 융화되기 어렵다. 여성의 경우 우아한 모습에 대한 지나친 고집도 마찬가지다. 자전거 타기가 웰빙의 한 수단이 되고 공공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자전거 타기 운동을 전개할 필요성이 커진다.

자전거 타기 운동은 에너지·환경·국민건강 관련 단체와 기관, 그리고 정부와 공기업 등이 솔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과 덴마크, 독일 등을 보면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이 20~40%에 이른다. 같은 비율이 3%도 채 못 되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의식의 과감한 선회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교통분담률이 20%가 되는 때는 언제일까?


김준영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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