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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4 22:03 수정 : 2006.09.14 22:05

왜냐면

연수생제도에서 취할 수 있는 이권을 잃지 않기 위해 고용허가제 도입을 반대한 단체에 이제는 고용허가제의 인력관리를 맡긴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발상이다.

2007년부터 산업연수제를 폐지하고 외국인력 도입을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하면서 관련 기관끼리의 ‘나눠먹기’식 업무분담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만 더 힘들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산업연수제를 운영해왔던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등에 연수제 폐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외국인력의 사후관리 업무를 위탁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업무를 총괄하는 노동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그동안 산업연수제 아래서 외국인력 도입과 관리 업무를 맡아왔던 중앙회 등의 단체에 이 일을 맡기는 것이 국가 재원 사용에도 효율적이라면서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2003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운영하면서 업종에 따라 중앙회(제조업), 농협중앙회(농축산업), 수협중앙회(수산업), 건설협동조합(건설업) 등에 외국인력 도입 및 사후관리 업무를 맡겨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특히 1994년부터 연수생 도입을 주도하여 왔던 중앙회는 그동안 수천억원대의 이권을 챙기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또한 중앙회는 정부가 새로운 외국인력 정책을 세우기 위해 ‘외국인력 고용 등에 관한 법’을 제정할 때도 막강한 로비를 통해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단체다. 이렇게 연수생제도에서 취할 수 있는 이권을 잃지 않기 위해 고용허가제 도입을 반대한 단체에 이제는 고용허가제의 인력관리를 맡긴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발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송출비리 등 이권문제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외국인력 도입은 공공기관인 산업인력공단에 맡기고, 단지 입국 이후의 관리만 중앙회 등의 단체에 맡기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과거에 몇몇 인사들이 이권에 개입하여 부정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중앙회 전체를 그런 단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후관리 업무를 중앙회 등에 위탁해서는 안 될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중앙회 등은 소속단체의 이해만 대변하기 십상이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많은 어려움에 부닥친다. 고용주가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선택하고 노동자에게는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옮길 수가 없다. 또한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에만 주어지므로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고용주는 영세업자이고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그 나라 말이나 풍습을 이해하지 못해 많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둘째, 중앙회 등은 이권단체다. 현재 고용허가제에서는 사후관리에 별도의 돈을 징수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권단체들이 사후관리를 한다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업체나 노동자에게 그 비용을 징수하려고 할 것이다. 이전 연수생제도 시행 때 중앙회 등은 연수생을 사용하는 업체로부터 연수관리비(1인당 28만6천원)를 받아 챙겼지만, 연수생들이 받은 것은 한국에 도착한 이후 연수원에서 받은 2박3일간의 교육이 전부였다. 또한 연수생에게 1인당 매달 2만4천원씩 사후관리비를 징수하고도 사후관리는 송출업자에게 일임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또다시 이런 과오를 범해야 한단 말인가? 솔직히 물어보자. 과연 중앙회 등이 아무런 이익이 없이 이런 사후관리 업무를 할 것인가?

정부는 더는 정부 부처와 이권단체들 간의 나눠먹기식 행정을 하지 말라. 만약 이대로 이권단체가 사후관리를 맡게 된다면, 이전처럼 중앙회 등은 고용주들의 형편만 대변하여 이주노동자를 어렵게 만들고, 이주노동자들이 당하는 고충은 결국 민간단체들에 넘겨질 것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이주노동자 사후관리는 공공기관이 맡아서 기업이나 이주노동자 모두에게 공평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정의팔 /한국국제이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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