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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8 16:43 수정 : 2006.09.08 16:43

정기숙 /계명대 명예교수·한국염색기술연구소 자문위원

* 9월1일자 29면 왜냐면입니다.

지난 8월21일 대구에서 부산의 신발피혁연구소, 대구의 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 광주의 한국광기술원, 진주의 견직연구원, 익산의 니트산업연구원 등 지방에 있는 기술연구소 8곳의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의 예산삭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모임이다.

산업자원부는 기술연구소 8곳에 2005년 50억원, 2006년 57억원을 지원했다. 연구소 1곳마다 규모에 따라 매년 3억~9억원씩 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내년에는 예산이 30억원으로 삭감돼 기획예산처에서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연구소들은 정부지원금을 주로 인건비에 사용한다. 연구소의 프로젝트별 예산은 인건비 전용이 어려워 각 연구소는 정부 예산편성 때 인건비를 확보하고자 비상이 걸린다.

정부는 연구소 자체에서 수익을 올려 자력으로 유지하라며 매년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연구소들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관련기업 등이 출연해 설립됐다. 그래서 자력갱생하라는 정부의 정책이 얼핏보면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맞지 않다. 중소기업이 영세하기 때문에 스스로 돈을 내 기술연구소를 차리고 운영한다는 건 쉽지 않다. 선진국에서도 중소기업의 기술지원을 산업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도·도·부·현 47곳, 지정시 13곳에 중소기업기술 지원을 위한 기술연구소를 두었다. 전통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오사카부에는 부립 총합기술연구소가 있고, 오사카시는 시립 공업기술연구소를 운영한다. 이들 연구소 직원은 모두 공무원이고, 연구소 자체가 인건비 조달로 고통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중소기업 지원기술연구소는 인건비 조달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기술연구소의 기본 인건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해야 한다.

기술문제만 나오면 늘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말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아마 산학협력의 성공 사례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대학과 대기업은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쉽지만 대학이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 기술지원 체계를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대학의 중소기업 기술지원이 계속 거론된다. 산·학·관의 관계가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정부 지원도 못 받고 대학의 도움마저 받을 길이 없는 수많은 중소기업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성숙기에 도달한 중소 제조업은 재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재도약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따라야 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저임금과 기술카피에 의해 경영돼왔다. 그러나 중국이 등장하면서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경영 방식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걸 실감했다. 새 아이디어와 신기술에 의한 새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내야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 기술연구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역 밀착형 중소기업 기술연구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소 제조업은 ‘국민경제의 뿌리’ ‘산업의 모세혈관’ ‘창조의 어머니’ ‘고용복지의 시장’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이끌어나갈 기술연구소 지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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