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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7 21:46 수정 : 2006.09.07 21:46

왜냐면-반론/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의 부당성’을 읽고

우리나라에서도 민영 의료보험법을 제정하여 보험상품을 표준화하고 유형화하여 보험 소비자의 상품 선택·판단 기준을 명확히해야 한다. 이는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동시에 구제 방법 또한 정형화할 수 있다.

지난 1일치 ‘왜냐면’에 ‘민영 의료보험법 제정의 부당성’이라는 글이 실렸다. 나는 이 글이 보험 소비자들의 권익을 생각하는 글이 아니라 오히려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한 글이라고 판단하며, 보험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반론을 낸다.

먼저 위 글을 쓴 조연행씨가 속한 단체는 ‘보험소비자연맹’이며, 반론을 쓰는 필자는 ‘보험소비자협회’에서 일한다는 점을 설명해야겠다. 단체 이름에서 두 자만 달라 보통 사람들이 헷갈리기 쉽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협회는 보험 소비자의 권리의식을 일깨우고, 정부가 만든 잘못된 제도와 관행 탓에 침해당하는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구제하고, 재발방지와 제도개선에 주력하는 단체다. 그러나 보험소비자연맹은 법원에서조차 ‘소비자의 권익을 옹호하거나 증진하기 위해 소비자가 조직한 단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할 정도다. 그렇기에 나는 조씨가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한 글을 투고한 것이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최근 중요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보험소비자협회와 시민단체, 환자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한 ‘민영 의료보험법’ 제정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194명 중 64%인 764명이 법 제정에 찬성하였고, 반대는 15%인 176명에 그쳤다. 그 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이런 민영 의료보험법에 대한 지지는 직간접으로 민영 의료보험으로 피해를 봤던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보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보험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보험 소비자의 피해가 계속 늘어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보험 소비자가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지켜내는 데 유용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이런 점 말고도 소비자의 보험상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민영 의료보험법은 필요하다. 현재 보험사들의 총상품은 주계약 및 독립특약을 포함해 4317가지로 나타난다. 보험 표준약관은 하나지만, ‘개별약관’ 4317가지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가입건별로 보장 조건이 다르게 돼 있다. 분쟁이 발생해도 해결 방법이 건별로 4천여 가지로 갈라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어떤 상품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보험용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보험상품마다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질병과 보험료 수준, 보험금의 규모 등이 다르니 보험시장에서 사실상 ‘보험상품의 선택’이란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민영 의료보험의 천국이라고 할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상품이 10가지 유형 중 하나를 따르도록 했기 때문에 소비자는 우선 열 가지 유형을 비교하여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보험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199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선택 먼저, 보장 나중’이어서 때로는 선택한 보험에서 보장이 되지 않는 질병에 노출되는 경우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영 의료보험법을 제정하여 보험상품을 표준화하고 유형화하여 보험 소비자의 상품 선택·판단 기준을 명확히해야 한다. 이는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동시에 구제 방법 또한 정형화할 수 있다.

조씨는 이런 점을 외면하고 있다. 외국과 한국의 현실이 다르다며 외국의 경험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민영 의료보험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왜곡한다. 특히 ‘민영 의료보험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터무니없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분명히 밝히건대, 민영 의료보험법은 민영 의료보험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권익을 보장하며 소비자의 보험상품 선택의 폭을 넓히더라도 선택 기준을 정하여 보험시장을 건전하게 하자는 것이다.

나도 물론 민영 의료보험법을 만족스럽게 여기지는 않는다. 의료보험 상품이 아닌 다른 보험상품으로 말미암은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험소비자협회는 여러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가칭 ‘보험소비자 권익침해 방지 및 처벌법’ 제정 운동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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