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04 18:26
수정 : 2006.09.04 18:26
왜냐면
일본의 논리는 모순적이다. 자신들이 실효적으로 점유한 센카쿠 제도 주변에 대해서는 중국에 EEZ 경계 설정을 위한 협상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 주변 해역에 대해서는 도전적으로 EEZ 경계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이 서울에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획정 회담을 연다. 센카쿠 제도와 독도, 일본의 전략적 차이는 무엇인가? 센카쿠 제도는 일본이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는데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데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은 무주지 선점이라는 법리를 악용하여 청일전쟁 때 센카쿠 제도, 러일전쟁 때 독도를 은밀히 일본 영토에 편입했다. 그러나 이 두 섬 모두 그 이전에 무주지가 아니고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권원을 갖고 있는 섬으로서 일본과 전혀 무관한 섬들이었다.
패전 이후 영유 의식이 강했던 한국은 독도를 회복했고, 영유 의식이 미약했던 중국은 센카쿠 제도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은 독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대일 평화조약 이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해저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영유권 분쟁은 주권문제이기에 좀처럼 해결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서 자국민의 생계와 깊은 관계가 있는 어업권, 국가발전에 직결되는 광물자원 개발권은 시급한 현실적인 문제다.
오늘날 국제법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도록 정해두고 있다. 우선적인 영토분쟁 해결이 어려운 탓에 지혜를 동원하여 영토문제를 유보하고 양국의 상황을 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잠정적 조처로서 어업협정을 체결하여 현안을 풀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1997년 11월 서로의 형편을 존중하여 잠정합의수역을 설정하여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이때 일본은 자신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제도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1998년 11월 한-일 어업협정에서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잠정합의수역에 포함시켰다. 한국의 입장을 훼손하는 조처였다.
광물자원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양국의 입장을 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잠정적인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센카쿠 제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은 센카쿠 제도를 기점으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하여 중국의 접근을 막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주장하는 이 수역 바깥 인근에서 중국이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것조차도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이 지역의 천연가스를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라면, 일본은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 주변 해역에서 독도 기점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동해는 400해리가 되지 않으므로 오키섬과 독도의 중간선으로 경계 설정을 수용해야 한다. 일본의 논리는 모순적이다. 자신들이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 제도 주변에 대해서는 분쟁 상대국인 중국에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설정을 위한 협상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 주변 해역에 대해서는 도전적으로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 사이의 동중국해에서는 잠정합의수역으로 해양질서를 원만히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광물자원의 개발도,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 설정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국제법 원칙을 내세우는 일본의 전략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의 센카쿠 제도의 전략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잠정합의수역의 어업수역에서 독도를 제외시키고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설정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 일본이 영유권 문제를 유보하고 잠정적인 조처를 요구한다면, 독도를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법적 원칙을 무시한 일본의 고도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번에 배타적 경제수역 협상을 약속한 만큼, 절대적인 증거를 갖고 있는 독도의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고 근거가 전혀 없는 일본의 한계를 부각시켜, 독도 영유권 문제를 집중 제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협상 결과는 주권 문제이므로 국민에게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일본이 동해에서 방사능 조사를 한다는데,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행해진다면 ‘사전 통보’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장근 /대구대 일본어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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