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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8 18:29 수정 : 2006.08.28 18:29

왜냐면

한 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60%가 주류 구매를 아무 제재 없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술의 중독성과 음주가 불러오는 폐해를 공부할 기회도 별로 가지지 못한다. 중·고등학생의 40%만이 음주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1. 학생회장에 출마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중국집에서 승리를 다짐하며 맥주를 마신다.

#2. 고등학생이 여자친구와 함께 한적한 곳에서 양주를 병째 벌컥벌컥 마신다.

위 두 장면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청소년 음주 장면의 일부다. 이것을 보는 청소년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대한보건협회는 텔레비전이나 영화와 같은 매체를 통해 청소년이 접할 수 있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음주 장면이 너무 지나치게 많이 방영되고 있으며, 소주를 병째 마시거나 폭탄주를 ‘원샷’하는 것과 같은 폭음과 과음이 미화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19살 미만의 청소년이 술을 사는 것은 현행법을 위반하는 불법행동일뿐더러, 폭음과 과음은 성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공중파(지상파) 방송과 영화에서 마치 정상적인 행동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추세가 해마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드라마들 사이사이에 ‘젊음, 재미, 우정, 행복, 깨끗함’과 같이 문화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가치관에 호소하고 있는 주류 광고를 접하는 청소년의 생활환경은 ‘음주를 강요당하는 환경’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 영화, 인터넷 매체를 접하는 시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매체들이 청소년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다는 점에서 볼 때, 음주 장면과 주류 광고로부터 청소년을 차단하지 않는 한 청소년은 술 권하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방송과 영화에 부여되는 표현의 자유는 절제되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청소년이 음주 폐해가 없는 환경에서 자랄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의 성장동력은 청소년에게 있기 때문에 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을 어떤 국가정책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청소년 스스로 음주 폐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금주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들에게 공급되는 주류와 주류 광고 및 판매촉진 활동을 차단하려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철저하게 시행하는 정책들을 각국에서는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19살 미만은 주류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청소년들의 음주를 제어하는 장치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한 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60%가 주류 구매를 아무 제재 없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술의 중독성과 음주가 불러오는 폐해를 공부할 기회도 우리 청소년들은 별로 가지지 못한다. 중·고등학생의 40%만이 음주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청소년 음주는 청소년 자신의 건강과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사고·폭력 등을 포함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조속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건강한 청소년 육성을 위해 지상파 방송들이 담당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여 과장된 음주 장면을 자제하는 노력을 촉구하며 방송을 포함한 오락 연예 매체의 이런 노력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음주예방법을 마련하여 청소년이 음주 폐해가 없는 환경에서 자랄 권리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청소년이 우상으로 여기는 한 스포츠 스타를 청소년 정책 부서가 홍보대사로 임명하였다. 하지만 이 스타는 주류 광고에 출연하고 있고 그는 아직도 홍보대사다. 청소년 음주 예방을 위한 정부 대처의 한 단면이다. 청소년은 바로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실천에 먼저 옮기는 것만큼 국민의 삶의 질은 빨리 향상될 것이다.

김광기 /인제대학원대학 교수·보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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