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1 20:49
수정 : 2006.08.21 20:49
왜냐면
아이들을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세계시민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은 한번 더 생각해보자. 글로벌 마인드란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놀러 간 언니 집에서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카의 영어 그림책을 무심코 들춰보고 충격을 받았다. 책의 내용이 내가 중학교 2~3학년 때나 배우던 영어 교과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정도는 그저 보통 따라가는 정도일 뿐이란다. 아이들의 영리함이 놀랍기도 하지만 솔직히 좀 두렵다. 한참 인성을 키워나가야 할 아이들이 영어다, 수학이다 하며 공부하느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배울 시간이나 있을지 걱정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성도 과외수업을 받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상상도 해보았다.
대다수 부모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어린 자녀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장애인 직업훈련 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곳에서는 교직원 관사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어 직원 자녀들이 스스럼없이 장애인 훈련생들과 어울리곤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교육은 그렇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200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교사는 1400여명으로 전체 교원 약 31만명의 0.4%를 차지한다. 지난해 개정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그동안 장애인고용 의무적용이 제외되어 왔던 교원 분야에서도 장애인을 2% 이상 고용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앞으로 약 5천명의 장애인 교원이 임용되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학년도 초·중등 교원 임용부터 임용 예정 인원의 5%까지 장애인으로 구분 모집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교에 장애인 특례입학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물리적·제도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제한이 풀렸다곤 하나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의미와 과열 경쟁을 고려할 때 현장 실무자들의 반응은 좀 회의적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 곧 학부모들의 장애인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변화 없이는 제도의 연착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을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세계시민으로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은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 과연 영어만 잘하면 되는 것일까? 글로벌 마인드란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당신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장애인이라면?”이라는 질문에 “그게 뭐가 문제냐”라고 당당히 반박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 질문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던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장차 세계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재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충북지사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