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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7 18:33 수정 : 2006.08.17 18:33

왜냐면

이북의 남침에 대비해 미군에 군사주권을 맡겨두어야 한다며 미국대사를 찾아가 읍소하는 추태는 서양 오랑캐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완용 등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속국이나 괴뢰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국가원수가 외국군사령관의 작전지휘를 받는 경우는 없다.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군사주권을 회수하겠다는데 과거에 국방장관을 지낸 이들과 수구언론 및 수구정당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념대결에 길들여진 대중들을 선동하며 전시 작전통제권 회수 저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저들 전직 국방장관들은 재직 중 북풍을 조성하며 군부독재에 앞장섰거나, 무기수입 과정에서 검은 돈까지 챙기다 쇠고랑을 차는 등 오히려 자주국방역량을 훼손시켰던 자들이다. 또한 조선·동아·중앙일보의 설립자들 역시 일제 때는 반민족행위를 자행했고, 일제가 패망하자 미국과 이승만의 민족분단 각본에 부화뇌동하며 부와 권력을 이어왔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미국의 비호 아래 쿠데타로 집권한 민정당을 승계한 정당이다. 이처럼 작전통제권 회수 반대 세력의 공통정서는 전 주한미군사령관 위컴의 지적대로 힘 있는 곳에 줄서기 하는 들쥐떼 같은 속성에서 비롯한 것이고, 민족윤리와 사회정의를 배반하며 쌓아온 기득권을 지켜 나가려는 패악으로밖에 달리 볼 방법이 없다.

과연 작전통제권 회수가 남한의 안보를 위협하는가? 이남과 이북의 간단한 통계자료를 보아도 안보위협론이 얼마나 황당한가를 알 수 있다. 이북의 전쟁도발 위험을 과장 선전해온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조차도 공식 자료를 통해 지난해 이북의 국내총생산(GDP)는 이남의 약 4%에 불과한 약 400억 달러이며, 군비 역시 이남의 약 24%에 불과한 50억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율이 지난해뿐 아니라 과거 20여년간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로 미루어 작통권 회수에 따른 전력약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작전통제권 회수의 당위성을 간추려보자.

첫째, 민족화해와 통일의 필수조건이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한번도 군사주권을 가져보지 못했다. 일제패망 이후만 보아도 6·25 직전까지는 점령군사령부인 미군정청과 이를 승계한 미군사고문단이 행사했고, 전쟁발발 후 현재까지도 남한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남북 긴장해소를 위한 남쪽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쪽이 남쪽과의 심도 있는 대화를 꺼리는 이유도 미군이 남쪽의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사일 파문에서 보듯이 이남의 진심어린 중재에도 불구하고 북-미 직접대화를 고집하는 북쪽의 자세도 바로 군사주권 없는 남쪽과의 정치·군사문제 협의는 무의미하다는 원론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합법적이고 실질적인 군사주권을 갖고 이북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심어준다면 미군의 침공에 대비한 군비출혈로 파탄난 민생고를 덜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이북에서 더 적극적으로 평화분위기 조성에 임할 것이다.

둘째, 작전통제권 회수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 미국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다. 굳이 미국의 전쟁사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최근의 이라크, 아프간 침략과 미국의 대리전격인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잘 말해준다. 작전통제권을 회수하면 주한미군은 한국의 작전통제권 아래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지휘체계를 행사하게 된다. 또한 지난 반세기간 한수 이북에 주둔해온 미군을 평택기지로 이전한다는 사실도 이북의 전쟁도발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서해안을 마주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우리를 위해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패권유지를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따라서 작전통제권 회수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길이며, 미국이 벌일지도 모를 동북아 침략전쟁의 볼모가 되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셋째, 작전통제권 회수가 한-미 관계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하는 자들은 작전통제권 회수가 곧 미국과의 동맹관계 해체를 뜻하며 마치 전쟁이라도 나는 것처럼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구기득권층의 공안날조에 불과하다. 왜냐면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보나 조약당사국이 침략을 당했을 때는 상호간 군사지원의무를 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취지로 보아 미국은 쉽사리 남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임무가 동맹을 정하는 것이지 동맹이 임무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말대로 오로지 자국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말해준다. 설령 미국이 이 조약을 파기해도 이남의 국력이 이북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이북이 파멸적인 남침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이북의 남침에 대비해 미군에게 군사주권을 맡겨두어야 한다며 미국대사를 찾아가 읍소하는 추태는 서양 오랑캐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완용 등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언젠가 미국이 지고 새 제국이 뜬다면 저들은 또 똑같은 행태를 보일 것이다.


황성환/ <미 정부 비밀해제 문건으로 본 미국의 실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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