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10 21:00 수정 : 2006.08.10 21:00

왜냐면

학생들은 국어라는 언어를 도구로 하여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익히게 된다.

2008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수능 언어영역 문항 수가 60문항에서 50문항으로 줄어든다. 문항 수가 너무 많아 수험생들이 풀이에 어려움을 느끼고, 언어영역이 1교시에 배정되어 문제 풀이에 지친 학생들이 다음 영역 준비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교육인적자원부의 설명이다. 대신 탐구영역을 현재 20문항에서 25문항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다.

좀 더 솔직하게 ‘자국어 보호정책의 보루였던 프랑스마저 경제적 가치 운운하며 영어를 수용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하루가 다르게 경쟁이 첨예화되고 있는 시대, 수학과 과학은 촌분을 다투지 않느냐. 그래서 그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시급하게 정책을 추진해야겠는데, 그러자니 만만한 게 언어영역이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라는 설명이라면 차라리 수긍을 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문항 수가 많아 풀이에 어려움을 느꼈다는데도 작년 수능 언어영역 60문항을 다 맞힌 학생이 1만명 이상이었고 두 문항을 틀리면 1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언어영역 시험을 마지막에 배치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수능을 처음 시행했던 1994년도에는 언어영역이 120점, 수리탐구와 외국어영역이 각각 80점씩이었다. 그러다 2000년도 이후 각기 100점씩 반영하였다. 그런데 또다시 언어영역을 60문항에서 50문항으로 줄인다는 것은 다른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 국어과목이 여간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언어영역은 대략 듣기와 쓰기 25%, 문학 35%, 비문학 40% 정도에 어휘력과 추리력, 논리력과 비판력을 중심으로 묻는다. 비문학은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등학생이면 알아야 할 기초적 지식을 묻고, 문학은 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출제되고 있는데, 그나마 지문이 줄어드는 바람에 수필과 희곡 등은 복합지문으로 겨우 얼굴만 내비칠 정도로 열악하다.

학생들은 국어라는 언어를 도구로 하여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민족과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그리고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민족혼을 담아내고 전수하는 소중한 정신인 것이다.

영국의 언어학자 샘슨은 “한글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했고, 외솔 최현배님은 “한글이 목숨이다”라며 한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훈민정음을 국보 제1호로 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글은 창제 이후 지금까지 어느 한순간도 순탄하지 않았지만 고난이 심할수록 우리 민족의 중심에서 민족을 엮어냈고 민족의 정신을 승화시켰다.


언어영역이 문항 수가 많아서 기여한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많은 책을 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문항 수 덕분이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촌분을 다투는 시대라면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어렵다면 난이도나 지문의 분량을 통해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바란다.

박용수 /광주 동신고 교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