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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7 18:26 수정 : 2006.08.07 18:26

왜냐면

횡령·배임액이 수백억원이 넘는 이들은 원칙대로라면 최소 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살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반면 노동자, 서민들은 정당한 자기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구속되고 사면을 받기도 힘들다.

5·31 지방선거와 7·26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지난달 30일 ‘경제회복을 위한 집권여당과 경제계의 뉴딜’ 조처의 하나로 대규모 경제인 사면을 거론하면서 8·15 특별사면이 구체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김 의장은 ‘서민경제 살리기’와 ‘국민 대화합’을 명목으로,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판결이 확정된 지 1주일 정도 지난 두산의 박용성·용만 형제와 재판도 안 끝난 상태에서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보석으로 석방돼 병원에서 호사스런 수감생활(?)을 즐기고 있는 김우중씨, 현대그룹 정몽구 회장까지도 풀어주려 하고 있다. 또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안희정씨도 ‘낡은 정치 관행에 희생된 정치인’이라며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려 한다.

횡령·배임액이 수백억원이 넘는 이들은 원칙대로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소 5년 이상, 심하면 무기징역까지 살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부분은 2심 전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웬만해선 구속되지도 않는다. 이들은 서민경제를 살리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족벌경영, 카지노경영으로 온 나라를 파탄에 빠뜨린 자들이다. 이들을 자유롭게 풀어 주는 건 그 자체가 엄청난 특혜이기 때문에 국민 화합은커녕 위화감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반면 서민경제 파탄으로 희생당한 노동자, 서민들은 정당한 자기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구속되고 사면을 받기도 힘들다. 아직도 이 나라에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 사상,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차별 탓에 억울하게 구속된 양심수들이 1천여명이나 된다. 한나라당과 ‘우파 선명성’을 다투고 있는 듯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눈에 이들이 보이는지 궁금하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3년6개월 동안 모두 830명의 노동자를 구속(7월30일 현재, 구속노동자후원회 집계)했다. 김대중 정권이 5년 동안 구속한 노동자는 892명이었는데, 현 정권이 이 수치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지난 7월, 현 정권은 집권 이후 한 달 최대인 109명의 노동자를 구속수감했는데 이 가운데 105명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다.

현 정권의 노동탄압은 조직률은 3.1%로 취약하지만 파급력이 큰 비정규직 노동자에 집중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포항에서 그 절정에 이르렀다. 포항 건설 노동자들이 포스코의 불법행위에 항의하기 위해 본사 건물을 점거하자 정부는 포스코, 포항시청, 우파 언론, 관변단체들과 합작해서 여론 왜곡으로 노조를 고립시키고 경찰력을 동원해서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그 결과 58명이 구속되고, 7월16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소화기와 방패에 맞은 하중근씨는 뇌사상태에 빠진 채 사경을 헤매다 보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지난해 11월 여의도 농민집회에서 전용철·홍덕표씨가 경찰에 맞아 숨진 이후 세 번째다.

노무현 정권과 법원은 노동자들의 파업, 점거투쟁 대부분이 ‘불법’이고 ‘폭력적’이라며 탄압과 구속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격렬한 투쟁으로 몰아가는 건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있는 잘못된 ‘법과 원칙’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겐 자신의 임금, 노동조건을 유지·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동3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나 현 정권 들어 이루어진 각종 법률 개악, 보수적인 판례, 행정처분 등에 의해 권리는 더욱 축소되었고 850만으로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누더기 권리’마저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반면 손배·가압류, 대체인력 투입, 직장폐쇄 같은 ‘사용자 대항권’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나마 거리에서 자신의 주장을 알릴 수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마저 악법인 집시법의 독소규정에 막혀 번번이 ‘불법’화하고 있으니 물리적인 저항 외에 노동자들이 선택할 방법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한 보수언론도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8·15사면은 ‘자기사면’에 불과하다며 이 나라의 ‘법체계나 사법 제도가 엉터리’라고 했다. 인권을 탄압하는 엉터리 법·제도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당했고 ‘폭력범’으로 낙인찍혀 사면 대상에서도 제외된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모든 구속 노동자와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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