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7 18:25
수정 : 2006.08.07 18:25
왜냐면
한-미 소파와 합의의사록에는 문화재 관련 조항이 전무하다. 그렇다고 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아니다. 현재 체결된 문화재 조사 절차서조차 심각한 주권침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 60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군 기지와 한국군 기지에 대한 문화재 조사가 실시된다. 미군이 주둔한 지 60년 이래 첫 공식 조사다. 문화재 조사는 문화재를 보존·보호·활용하기 위한 첫 단추다. 문화재 당국이 올해부터 실시하는 미군기지 안 문화재 조사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조사를 해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달 25일 국회에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내 문화재보호 조항 신설’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서를 제출했다.
한-미 소파와 합의의사록에는 문화재 관련 조항이 전무하다. 그렇다고 소파 환경규정처럼 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아니다. 법 체계상 시행규칙이나 세칙 정도에 불과한 ‘주한미군기지 내 문화재 조사 절차서’만 있을 뿐이다. 현재 체결된 문화재 조사 절차서조차 심각한 주권침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본 절차서의 어떤 규정도 한-미에 체결된 소파 규정을 수정하거나 변경시킬 수 없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모법상의 근거도 없이 체결된 시행규칙이 모법을 옥죄는 꼴이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와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 절차서를 만들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네스코협약도 강조하듯 문화재는 지역성과 특수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문화재보호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독일-미국 소파 보충협정에서도 독일 국내법이 적용되도록 해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다. 미군 주둔 60년 동안 기지 조성과 확장, 훈련 등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과 밀반출 사례는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민족문화 창달을 위한 국가 책임주의를 명시하고 있고 한국이 가입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도 자국내 문화재의 보호·보존·활용과 미래세대에 전승시키는 것이 최우선 임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미 소파가 불평등하고 불합리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주지의 사실이다. 소파의 개정 없이 진행되는 미군기지 문화재 조사는 무의미하다. 우리의 문화 주권이 한치의 침해됨도 없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소파 개정이 필수적이다.
국회는 협정 개정권이 없다.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라인에 소파 개정을 맡겨놓을 수 없다는 사실은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문광위)을 중심으로 한-미 소파 내에 문화재 보호 조항 신설 및 국내법 적용을 명시하기 위한 국회 결의안도 추진하고 있다. 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던 덕수궁 터 미국 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운동, 스토리사격장 안 문화재 보존운동 등의 성과가 소파 개정으로 이어질지 시민들의 눈은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
신용철 /문화유산연대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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