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3 21:20
수정 : 2006.08.03 21:20
왜냐면
5건의 직업병이 접수되어 이 중 4건이 업무상 재해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들어서도 노동자 12명이 백혈병으로 의심되는 직업병 소견이 나왔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2005년 12월 광양제철소 협력업체의 고 박동규씨가, 2006년 2월에는 여수산업단지(산단)의 고 최용환씨가 일용직 노동자로는 처음으로 각각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에는 여수산단과 광양산단으로부터 5건의 직업병이 접수되어 이 중 4건이 업무상 재해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들어서도 노동자 12명이 백혈병으로 의심되는 직업병 소견이 나왔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최근 백혈병 발생 실태를 보면, 그동안 주로 정규직에서 발생했던 직업병이 지난해 들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발생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여수·광양 산단의 직업병은 앞으로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하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1997~98년 여수산단 건강실태조사, 2003~04년 암 발생 건수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더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외되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꾸준히 여수·광양 산단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였으나,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그때마다 말로만 체계적인 관리를 약속하고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관계 당국은 두차례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배제하고 정부나 지역 외부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조사 결과만을 발표해 역학조사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노동부가 여수·광양 산단 직업성 질환 역학조사 실시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여수·광양 지역(산업단지를 포함한 지역 전체) 사업장에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가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 즉, 정규직은 물론이고 사업장 안 일부 공정을 담당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 계절적 또는 사업 발주에 따라 반복적으로 일시 고용되는 노동자까지 업종 구분 없이 전방위적으로 건강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둘째, 계절별, 시간별(시스템 작동이 일시 중지되는 셧다운, 비정형적인 작업), 작업의 특성(대보수, 소정비) 등 장치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조사 기간이 최소 2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학조사 실시 주체 문제다. 그동안 두차례의 역학조사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이제라도 노동부는 역학조사 선정 과정에서부터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역학조사 이후 지속적 관리를 위해 지역 안 의료기관의 참여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길주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노동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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