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미국이 ‘교육은 상품’이라는 논리 아래 철저하게 ‘자국민의 돈벌이를 위해’ 협상에 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외국 교육기관을 들여와 국내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잘못된 발상 아래 한국의 공교육을 희생해 가며 무분별하게 협상에 임함으로써… 그동안 정부는 수차례 ‘미국 쪽에서는 한국 교육시장 개방에 관심이 없는데도 한국의 범국민교육연대 등 여러 교육시민운동 단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왜곡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지난 7월10일 한-미 협정 2차 협상 첫날, 미국 쪽에서는 “한국의 의무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등을 통한 교육 서비스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등 테스트 서비스에는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초 1차 협상 뒤 한국 수석대표가 “미국은 한국의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 말을 뒤집는 것이다. 이로써 한-미 협정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교육시민단체와 정부 주장 중 과연 누구의 주장이 진실이고 진정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이미 판명이 났다. 그동안 미국 쪽은 한-미 협정 네거티브 협상방식에 따라 한국의 공교육을 제외한 모든 부문, 곧 고등교육, 성인교육, 기타교육을 협상 대상으로 다룰 것을 누누이 말해 왔다. 기타교육에는 초·중등 학교교육을 제외한 모든 부분, 에스에이티, 영어교육캠프, 영어학원 등이 해당된다. 현재 세계에서 치르는 토플시험 수입의 15%를 한국이 메워주고 있다고 한다. 일부 한국 수험생이나 입사준비생은 토플 성적이 입시나 입사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엄청난 비용을 치러 가며 1점이라도 점수를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스에이티는 미국대학위원회와 교육평가서비스 공동주관으로 시행하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일종이다. 미국 쪽의 2차 협상 요구는 최근 국내 어느 대학이 토익이나 토플 점수는 변별력이 없으니 이 시험 성적을 또다른 전형요소로 요구할 예정이라는 소문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수험생의 영어실력을 비싼 응시료를 내고 미국이 인증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대학 입시교육에 종속되어 있는 한국의 초·중등 공교육에서 나타날 파행을 여실히 예고해 준다. 2차 협상에서 제시된 원격교육도 이미 개방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지금도 한국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실종된 상황인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비 외국교육기관까지 우후죽순으로 설립된다면 교육비 급상승, 자격증 남발, 가짜 박사 등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미국 안에서도 피닉스원격대학 등 대형 원격대학이 질 낮은 교육수준과 학위장사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원격(사이버)대학은 교비 전용 등 재단의 부정, 영리사업화 등 문제가 많아 자격요건을 점차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부산의 한 대학에서는 외국 대학과 공동학위를 수여하지만 학생들은 그 대학이 개설한 과목을 수강한 적도 없으며 단지 학위를 받기 위해 비싼 로열티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례들은 교육개방의 한 단면으로 정부 주장과는 달리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높이고 고등교육의 질을 낮추고 한국 교육의 공공성을 위협한다. 정부는 6월1일과 7월6일 두 차례 열린 한-미 협정 교육부문 민관협의회에서 ‘유보 리스트에 포함된 초·중등 공교육 이외에는 모든 것이 협상 품목에 해당된다. 미국이 테스트 서비스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테스트 서비스는 이미 개방되어 있는데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 왜 조항에 들어갔는지 2차 협상을 지켜보아야겠다. 어쨌든 초·중등 공교육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니 걱정 말라’며 안이한 판단과 무지로 일관해 왔다. 미국이 ‘교육은 상품’이라는 논리 아래 철저하게 ‘자국민의 돈벌이를 위해’ 협상에 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외국 교육기관을 들여와 국내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잘못된 발상 아래 한국의 공교육을 희생해 가며 자발적 교육개방 조처와 함께 무분별하게 혹은 무지하게 협상에 임함으로써 지금 한국 교육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시장주의에 입각한 한국 정부의 ‘교육개혁’은 점차 법적·제도적 완성을 통해 초·중학교도 명문대를 가거나 외국유학을 가기 위한 준비기관으로 변질시키고 교육 양극화, 교육 서열화와 공교육 붕괴 등을 가져올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이미 실패한 초등 영어교육을 철회하기는커녕 초등학교 1학년까지 영어수업을 도입하고, 고등교육의 영리법인화 등에 대해 여론을 떠보고 있다. 정부는 한국 입시학원의 노하우를 수출하여 외화를 벌자는 업계의 단순하고 지엽적인 주장에 편승하고 시장개방을 통해 고등교육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논리를 편다. 한-미 협상에서도 미국 쪽 돈벌이 전략에 놀아나고 허점과 오해투성이다. 정부는 무엇에 미련이 남아 한-미 협정에 매달리는가? 미국 쪽 요구는 전면 유보되어야 하며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교육협상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김정명신 /‘한-미 FTA 반대 교육공대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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