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4 21:38
수정 : 2006.07.24 21:38
왜냐면
한국을 둘러싼 열강의 국수주의적 징후는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불안으로 치닫게 한다. 한국사를 찾는 작업은 나를 찾는 일이며 결국 나라가 억울한 처지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첩경임을…
한국사는 한국인이 자기를 찿는 공부이다. 현재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역사전쟁이 시작되었다. 영화 <괴물>과 <한반도>, 텔레비전 드라마인 <주몽>과 <연개소문>은 그것이 고대사든 근현대사든 한국이 처한 현실적 위기상황의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흥미로운 단서를 유발한다.
영화 <괴물>은 미국을 은유화한 괴물의 실체를 통해 한-미 관계의 억압구조를 전달한다. <한반도>는 한말 이래로 현재까지 뻗쳐오는 일본 식민주의자의 강압과 근대화라는 미명 아래 딜레마에 빠져 있는 한국의 정치현실을 재조명한다. 드라마 <주몽>과 <연개소문>은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억지스러운 역사관에 대항하여 현재 중국인의 선조들과 현재 한국인의 조상들이 고대사 속에서 중원대륙을 놓고 쟁탈했던 족적을 복원함으로써 역사적 자긍심과 뿌리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들 극의 공통점은 한국이 현재 처한 정치적 불안의식에서 비롯되며 그 원인은 한국을 둘러싼 열강들의 국수주의적 재무장화에서 기인한다. 우린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국수주의가 제국주의로 발전하여 많은 민족을 억압한 사례를 알고 있다. 한국을 둘러싼 열강의 국수주의적 징후는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불안으로 치닫게 한다. 그들은 이미 한국을 자극하고 있고 한국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보이는 모습과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교과서 왜곡 및 독도영유권 주장 등은 조금씩 경우는 다르지만 공통의 맥은 그들의 강한 국수주의적 행태이다. 이러한 현실적 위기의식을 강하게 반영하는 것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 재현되는 역사찾기 혹은 역사 재교정 작업이다.
과연 한국은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찾아야 할 것인가. 이들 드라마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것은 한국인은 누구이며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현대 한국은 물질적 안정 외엔 몰가치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얼’이 빠져 있어 외교관계에서도 약소국을 면치 못한다. 위당 정인보 선생이 말씀하신 ‘오천년 조선의 얼’이 빠져 있다. 그 실례가 현재 한국이 행하고 있는 국사교육의 실종이다. 대학입시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했고 암기 사항이 너무 많아 선택마저 기피한다는 애물단지 국사교육의 현실을 보면 이 나라의 정책이 국민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 자명해진다. 정치는 국민의 얼을 빼놓고 간다. 현재 시점에서 그나마 얼을 찿으려 노력하는 작업으로 평가해 준다면 바로 문화예술 작업밖에 없다. 시민들은 이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제도권 교육이 놓치고 있는 한국인의 얼에 대해 다소 흥미를 갖는 정도다.
가까운 아시아든 서구든 열강의 국수주의적 강압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정부와 국민들에게 영화와 드라마가 외치는 한국인의 얼찾기는 정책을 통해 국사찾기 교육으로 보상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사를 찾는 작업은 나를 찾는 일이며 결국 나라가 억울한 처지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첩경임을 위정자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가 반영하는 현실이 한갓 오락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진지한 국사 공교육과 역사찾기 시민운동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성찰의 계기로 승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재형/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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