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진보세력 대부분이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도서관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예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보수화할 가능성이 높다. 책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미래가 훨씬 더 건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각 지역에 있는 진보적 시민·사회 운동은 이번에 진행되는 작은도서관 정책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미래 사회는 작은도서관을 지역공동체 문화 사랑방으로 성장시키는 능력을 보고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재형/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
왜냐면 |
[왜냐면] 마을도서관 성공하려면 |
마을도서관은 사람들이 독서토론, 동화구연, 독서지도,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적 삶을 누리는 곳이다 …24시간 무인 개방으로 발생하는 손실과 비용은 자치능력을 키우는 교육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겨레> 6월22일치에 실린 권경상 국립중앙도서관장의 ‘동네마다 작은도서관 만들기’를 잘 읽었다. 한겨레에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필자들의 글이나 기획을 통해서 작은 마을도서관이 왜 필요한지를 두고 공감을 확대해 왔고, 그 결과 올해부터 작은 도서관 150관 집중조성이라는 정책사업이 시작됐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농촌에서 도서관 운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성공적 운용을 할 수 있을지는 오랫동안 생각해 왔기에 지혜를 같이 나누고 싶다. 단, 이 글은 농촌 사회를 전제로 하고, 이름도 마을도서관이라고 한다.
책이 지식과 창의력 함양의 도구인 만큼 도서관을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이해하는 것은 공공도서관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마을도서관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을도서관은 사람들이 와서 독서토론, 동화구연, 독서지도,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적 삶을 누리는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 핵심은 자치 능력에 있다. 지식 정보라는 관점보다 자치능력 향상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볼 때 마을도서관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농촌에 있으면서 늘 느끼는 것인데, 공간을 잘 기획하는 사람이 없다. 내가 사는 곳만 해도 면소재지의 여러 공공건물이 사실상 비어 있다. 학교, 면사무소, 농협, 복지회관, 우체국, 보건소, 옛 농촌지도소 사무실 등 공공건물 대부분이 2층을 안 쓰거나, 건물 전체가 빈 채로 열쇠가 채워져 있다. 물론 강당이라는 명목이 있지만, 사실상 빈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작은 마을도서관 정책’이 면소재지에 새 건물 하나 더 짓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최근에 면사무소의 기능을 주민자치센터로 바꾸고 있는데, 지역 주민의 자치력 향상을 위해서도 마을도서관은 주민자치센터와 긴밀히 연결되는 게 좋다.
그럴 경우 도서관 운영 시간과 공무원 근무 시간이 겹치는 문제가 있다. 지금은 관공서 대부분의 관리가 근무시간 이후에는 사설 경비업체로 넘어가는데, 약간의 건물 손질을 거쳐서 도서관은 24시간 개방하는 방식으로 출입구를 독립하는 게 좋다. 마을도서관은 실제 주민들이 하루 일을 마친 뒤 저녁에 모여 다양한 자치활동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시설을 가능한 단순하게 하되 24시간 무인개방이 가능한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책과 시설 관리 문제가 나오는데, 도서관을 책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이 방안이 불가능하다. 마을도서관에서 책은 장식품이거나 소모품에 가깝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을도서관은 자치 능력을 키우는 곳이므로 24시간 무인 개방으로 발생하는 손실과 비용은 자치능력을 키우는 교육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책을 사놓고 없어지고 또 사놓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주민들 스스로 이 공간을 잘 만들어가는 다양한 노력이 시작되게 된다.
이런 오랜 노력과 갈등 해결 과정을 거쳐서 지역에서 마을도서관이 자리잡아 가게 되고, 결국 권경상 관장이 말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문화 사랑방’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루이틀에 되는 일도 아니고, 돈 가지고 되는 일도 아니다.
3570여 읍·면·동에 하나씩 마을도서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면서 2008년까지 만들어지는 150관은 시범사업 성격을 지니는 것 같다. 150관은 각 시·군에 한 곳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민·관 협력을 통해 가능한 성공에 가까이 가야 하므로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곳은 선정하지 않는 게 좋다. 어떤 형태로든 주민 자치를 통한 도서관 운동을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곳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농촌 사회 대부분이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자치 능력이 현격히 떨어져서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도서관 같은 경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꼭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주민자치 활동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공공도서관이 있는 읍 지역은 이번 사업 대상에서는 일단 제외해야 한다. 학교와 마을도서관을 연결시키는 것도 이번 사업 대상에서는 제외해야 한다. 학교 도서관은 교육부 예산으로 하면 되고, 학교에 들어간 시설은 대부분 학교의 배타적 소유가 되고 지역으로 돌아오질 않는다.
5·31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진보세력 대부분이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도서관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예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보수화할 가능성이 높다. 책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미래가 훨씬 더 건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각 지역에 있는 진보적 시민·사회 운동은 이번에 진행되는 작은도서관 정책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미래 사회는 작은도서관을 지역공동체 문화 사랑방으로 성장시키는 능력을 보고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재형/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
5·31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진보세력 대부분이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도서관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예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보수화할 가능성이 높다. 책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미래가 훨씬 더 건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각 지역에 있는 진보적 시민·사회 운동은 이번에 진행되는 작은도서관 정책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미래 사회는 작은도서관을 지역공동체 문화 사랑방으로 성장시키는 능력을 보고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재형/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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