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2 22:05
수정 : 2006.06.22 22:05
왜냐면
강제회원제는 기업의 단체선택권에 대한 자율의사를 원천배제함으로서 헌법 제21조 결사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으며…
기업이 대한상공회의소에 의무 가입토록 법제화한 현행 제도는 1999년 정부의 규제개혁 차원에서 ‘임의 가입’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방상의의 재정 및 운영난을 이유로 시행시기를 2006년 말까지 연장하여 유예한 바 있다. 그런데 대한상의는 다시금 지방상의의 운영난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4~5년 연장하려 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무한경쟁시대에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에게 상의가 강제가입제 연장을 추진하면서 힘있는 기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볼썽 사납다. 이는 글로벌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며, 회비징수의 명분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지금, 회비 강제징수는 중소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규제를 스스로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게다가 강제회원제는 기업의 단체선택권에 대한 자율의사를 원천 배제함으로써 헌법 제21조 결사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경제단체와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어느 단체이든 준조세적 성격의 회비징수는 정당성을 가져야 하며 사용용도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지방상의의 재정문제로 운영이 어려워서 회비를 걷는다면 그 자체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게다가 회비 강제징수를 연장하면 지방상의가 재정자립을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성과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이 납득하고 증명할 수 있는 투자 청사진을 상의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의 상공회의소도 강제회원 가입에 의한 회비를 징수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2005년 4월 <슈피겔> 잡지를 보면, 현재 공공기관으로 규정된 상공회의소의 법적 지위를 민간단체로 바꾸어 임의단체인 ‘상공인협회’로 개칭하고, 자신들이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받는 대신 강제로 회비를 징수할 권한을 없앤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독일 상공회의소와 대한상의와는 조직규모나 기능, 역할에서 큰 차이가 있다. 독일 상의는 360만 회원을 두고 독일의 17개 주정부와 대다수 소도시마다 지방상의를 거느린 공공단체인 반면, 대한상의는 71개 지방상의에 4만5천여 회원에 불과하다. 또 독일에서는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거나 외국기업의 독일 지사 임직원의 거주비자 연장 때 상공회의소의 소견서가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한마디로 독일 상의는 중소기업 창업지원, 시이오 교육, 작업훈련, 디지털교육, 환경보호, 에너지 개발 및 절약지원, 판로연결, 국제화 등 중소기업 지원업무의 대다수를 정부를 대신해서 수행하고 있다.
대한상의에 다시 5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면 지방상의가 재정자립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내년부터라도 다른 경제단체와의 서비스 경쟁을 통해 회원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가 아닐런지. 상의가 기업들에 솔선수범을 통해 정당성을 얻고, 기업 스스로 상의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필요로 할 때 회원가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며, 이때 대한상공회의소는 명실상부한 한국기업들의 대표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익성/중소기업연구원 경영연구팀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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