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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9 21:10 수정 : 2006.06.19 21:10

왜냐면

많은 이들이 세계화라는 것이 인간을 이롭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세계화의 주체는 누구인가? 지구를 휩쓸고 있는 세계화의 열병 속에 인간은 없다. 돈과 증권시장, 기업들이 있을 뿐이다.

‘세계화’라는 낱말은 이제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한국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발버둥치고 있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그 안타까운 몸부림 중의 하나다. 국경은 놀라운 속도로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제 결코 나와 무관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다국적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남의 나라 시장을 자기 집처럼 쉽게 들락거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벌어지는 이런 수많은 변화들이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그만큼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경제적’ 가치들이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적’ 가치들을 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있었던 농산물 개방을 둘러싼 논쟁도 그렇다. 농민들의 삶과 농촌 사회, 문화, 나아가서는 한국 고유의 문화와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경제가 우선이라는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이런 물질적 가치의 승리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 선진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에 진출해 공장을 짓고, 엄청나게 싼 값에 노동력과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키와 같은 다국적 기업은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들이 고용된 후진국의 공장들에서 물을 마시러 가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도 통제한다고 한다. 자원 착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이런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나마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낫다고 응수하며 마치 자선이라도 베푸는 듯이 되레 큰소리를 친다.

이런 주장들이 먹혀들어가고, 그리고 많은 경우엔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는 사실은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경제적 가치,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우면 반대 주장이 꼬리를 내리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 인간의 소중한 가치들조차 모두 돈으로 계산되는 사회, 어쩌다가 우리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경제적 가치들이 사람들의 권리와 인간다움을 파괴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18세기 말에 시작된 산업혁명, 더 깊이 들어가자면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행해졌던 노예제부터 이런 현상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세계화의 촉진은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경제적·물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퍼뜨리고,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지구적인 자유무역의 확산만 놓고 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무역이 수반하는 수많은 부작용들을 알고 있음에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참여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그 논리에 굴복하고 따르고 있다. 자유무역의 도덕적 결함들을 알면서도 시간과 다른 나라들이 기다려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체념하고, 묵인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화, 세계화라고 모두들 말한다. 많은 이들이 세계화라는 것이 인간을 이롭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진정한 세계화의 주체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지구를 휩쓸고 있는 세계화의 열병 속에 인간은 없다. 돈과 증권 시장, 기업들이 있을 뿐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2003년 7월에 일본에서 열렸던 유네스코 국제 회의의 테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였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우리는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세계화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며 개별 기업들이 인간적 가치를 포용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뿐 아니라 개개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대안적인 세계화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진지하게 모색해볼 때다. 어떤 것이 진정 인류를 위하는 것인지, 돈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가장 우위에 놓는 진정한 세계화, 가난하든 부유하든 상관없이 인류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진짜 세계화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임혜송 /경기 과천시 중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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