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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5 18:56 수정 : 2006.06.15 18:56

왜냐면

사회의 상식에 맞지 않는 투쟁과 교육자적인 품위를 넘는 표현은 자칫 교직사회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을 증폭시켜 교원들 전체의 ‘밥그릇’을 잃게 만들 수 있음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20만 한국교총 교원들께 2500명밖에 안 되는 한줌의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교육혁신위 교원특위 합의안’과 관련해 공개 편지를 드립니다. 어차피 드릴 말씀이 사적인 내용이 아니기에 공개 서한 방식을 선택했음을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교총 교원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지난 5월27일 교육혁신위원회 교원정책개선특위에서 교총, 전교조, 학부모, 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해 이룬 합의는 한국 교육사에서 기념비적 성과였습니다. 특위 위원들이 26일 밤 워크숍에서 보여준 허심탄회함, 교육에 대한 걱정과 진심과 솔직함은, 합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깨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그날 귀 단체 대표로 온 두영택 선생님이 보여주신 솔직하며 개방적인 자세로 인해 학부모, 시민 대표들이 받은 감동을 생각하면, 저희 역시 참으로 교사 됨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6월9일 합의안은 부결·폐기되었습니다. 각 교원단체들은 단체 대표로 추천한 위원들이 합의 과정에 참여했는데도 그분들이 자신들의 공식 대표가 아니라고 말하며 합의안을 폄하했습니다. 그분들은 교총 대표나 전교조 대표로서 특위에서 늘 조직의 공식 입장을 대변해 왔는데, 이제 와서 마땅치 않은 합의를 해 주었다고 소속 단체로부터 해당 위원들이 고립되는 것은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었습니다.

일전에 한국교총이 교원들 대상으로 합의사항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홍보 전단지에 혁신위 특위 합의사항 중 ‘현행 승진제도를 유지하여 병행 도입함’이라는 부분을 생략하여 소개했더군요. 그것만 보면 마치 합의문이 공모제의 전면적 실시인 것처럼 오해받게끔 되었던데,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회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내막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여야 국회의원들의 제안 내용과 그 정신이 대동소이한 교원승진제 합의사항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기에 공모제 도입을 정권퇴진 운동으로 연계시키려는가 더욱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필요하면 정권퇴진운동 그 이상이라도 해야 하겠지만, 사회적 상식에 부합하는 수준의 합의안을 정권퇴진 운동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척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 이해도 됩니다. 합의안이 학교에 도입될 경우, 학부모들이 현행 승진제도를 외면하고 공모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이렇게 되면, 기존 제도에 의지해 조직을 이끌어왔던 교총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담을 꼭 ‘밥그릇 싸움’으로만 매도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필요한 밥그릇은 지켜야 하겠지요. 그러나 지혜롭게 지켜야 합니다. 사회의 상식에 맞지 않는 투쟁과 교육자적인 품위를 넘는 표현은 국민들로 하여금 ‘오죽 화가 나면 저러겠는가’라고 이해하게끔 만드는 측면도 있겠지만, 자칫 교직사회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을 증폭시켜 교원들 전체의 ‘밥그릇’을 잃게 만들 수 있음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교원평가제도 투쟁으로 충분했다고 봅니다.

우리 교원단체들은 교육 전체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개인과 조직의 손해는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자세로 일할 때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며, 교육자적 언권을 얻어 불의한 세상을 꾸짖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부담스러운 정책이더라도 국민들이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수준으로 넘어서면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전교조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어쩌면 교총의 이번 투쟁 선포로 인해, 잘하면 ‘교장 자격증제를 요구하지 않는 교장 공모제 도입’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부나 혁신위도 부정적 혹은 미온적이고 여당도 허약하며 대통령도 개혁의지를 많이 상실한 듯이 보여, 우려하는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막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유념하셔야 합니다. 교장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공모제 도입은 결국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교원승진제도는 부분적으로 손봐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경쟁력이 허약한 제도임은 인정하실 것으로 압니다. 법과 제도는 현실의 반영인 이상, 새로운 교장제도를 요구하는 현실이 엄존하는 한, 힘과 숫자로 새로운 제도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조금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교장 공모제 도입 반대로 국민과 대결하면서 고립하지 말고, 그 투쟁의 동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국민들께 사랑받는 한국교총으로 거듭나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입니다. 교총에 비해 한줌도 안 되는 좋은교사운동도 늘 죽기를 각오하는 마음으로 일하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교사들과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을 중지하시고, 지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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