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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5 18:53 수정 : 2006.06.15 18:53

왜냐면

철도유통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승무사업의 운용능력도 경험도 없는 자회사에 위탁되어서는, 노동조건 개선도 업무의 원활한 수행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최근 철도공사는 “한국고속철도(KTX) 승무원들을 해고한 적이 없고, 승무원들이 업무복귀를 스스로 거부했을 뿐”이란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28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난 상황에서도 ‘법적 책임’이 끝났다며 사태의 악화를 방관해 오던 철도공사가 악의적 관심이라도 보인 것이 어쩌면 다행이다.

철도공사는 “케이티엑스 승무원들이 당초 철도유통 계약직 직원으로 선발되었기 때문에 철도공사 정규직원으로 전환해 달라고 할 법률적 근거가 없고, 다만 고용안정 보장 차원에서 계열사 정규직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공사가 노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변명에 불과하다.

케이티엑스 승무원들은 철도유통 계약직으로 2년간 근무하면서, 승무사업의 운용능력도 경험도 없는 자회사에 위탁되어서는 승무원들의 노동조건 개선도, 업무의 원활한 수행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따라서 승무사업의 책임과 권한을 지닌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뒤엉킨 노사관계를 풀 수 있는 선결요건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승무원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철도공사는 합리적 대화는커녕 그 어떠한 설명조차 하지 않은 채 ‘절대 불가’라는 태도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수해 왔다.

철도공사는 케이티엑스관광레저㈜에 정규직으로 고용을 보장했고 이적을 권고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승무원들이 이적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해고’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맞다. 우리는 케이티엑스관광레저㈜로의 이적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 책임은 전적으로 공사에 있다. 예를 들면 ‘검은색 공’이 옳다고 주장하는 갑과 ‘흰색 공’이 옳다고 주장하는 을이 있는데, 을이 대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흰색 공’을 던져놓고 갑이 흰색 공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갑은 더 이상 어떤 공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공을 못 갖게 된 책임은 흰색 공을 선택하지 않은 갑에게 있다’고 한다면 과연 이것이 합리적인가.

2005년 초 케이티엑스 승무원들은 회사(철도유통)의 권고에 따라 철도산업노조 철도유통본부에 가입했다. 그 후,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에 보장되어 있는 많은 권리들이 우리 승무원들에게는 보장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노동조합의 정상적 활동을 통해 사쪽에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가 철도유통 사용자로부터 들은 말은 “우리는 권한이 없다”는 책임회피와 “자꾸 이러면 재계약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협박이었다.

승무원들의 투쟁이 강화되자 철도공사가 전면으로 나섰지만, 이는 사태 악화의 비극으로 나타났다. 해명자료에서 “철도공사는 케이티엑스 승무원을 해고한 적이 없고, 비정상적인 선별 재계약 의도를 보인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철도유통에 지시하여 보낸 ‘정리해고 통보’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공사는 모르고 있다는 것인가. 새로운 자회사도 ‘선별 채용’할 것이라며 파업 승무원을 위협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케이티엑스 승무지부는 승무원의 업무가 단순서비스만이 아니라 철도 안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일임을 증명해 왔으며, 승무 경험이 전무한 철도유통과 케이티엑스관광레저로의 승무사업 위탁이 갖는 문제점을 구체적 경험과 사례로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이는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이를 논의대상으로조차 취급하지 않는 비이성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바로 이런 철도공사의 태도가 문제를 악화시킨 것이다.


케이티엑스 승무원 문제로 한국철도공사의 명예가 훼손된 것이 사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철도공사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철도공사가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승무원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 기울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민정 /한국고속철도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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