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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22:00 수정 : 2006.06.08 22:00

왜냐면

진로도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아이들을 문과/이과로 갈라놓고, 절반의 청소년에게는 자연과학적 소양을 쌓을 필요가 없다고 하고, 또다른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

지금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기형아로 길러지고 있다. 3년째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부터 고등학생 중 문과 학생은 과학 과목을, 이과 학생은 사회 과목을 공부하지 않는다. 1학년 때 배우고 2, 3학년 때도 교과목 편성이 되어 있으며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인 대학입시에 사회 또는 과학이 전혀 반영되지 않다 보니 고등학생들 대다수가 사회나 과학 중 하나의 과목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유는 있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그러나 사회나 과학 중 하나만 선택하는 체제로 수능시험이 바뀐 뒤 학업부담이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아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나 과학 공부에 들어가야 할 시간과 돈은 고스란히 다른 교과목 공부 시간으로 대체되고 있다.

교육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재 양성을 강조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인재일까? 일 잘하는 사람이 인재이리라. 일 잘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능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축구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자. 축구를 잘하는 데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공 다루는 재주만으로 가능할까? 빨리 뛰어야 하고, 오래 뛸 수 있어야 하며, 태클이 들어왔을 때 피할 수도 있어야 한다. 더불어 헤딩하는 능력에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시야도 필요하리라. 한두 가지의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겸비하여야만 축구선수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 흐름은 학문 간 경계가 사라지고 상호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전자업계 경영자들에게도 전자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소양도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며, 인문학에 대한 지식 없이는 경영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인문학도에게도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함에도 자신의 진로도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아이들을 문과/이과로 갈라놓고, 절반의 청소년에게는 자연과학적 소양을 쌓을 필요가 없다고 하고, 또다른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전인교육이라는 말조차 생소해져 버린 지금, 다른 모든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고 오직 학업성적으로만 평가받는다.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아예 알지도 못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 인성교육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교육에서 인성교육은 거의 실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에 지식마저 다양하게 쌓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에서도 교양학습이 필수인데 어떻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교양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펴는가? 절름발이 인재를 양성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에 맞추어져 있는 상황에서 사회/과학 선택 제도가 중학교 교육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나중에 이과를 갈 것이기 때문에 사회 과목은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중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엄연히 교과목에 편성되어 있노라고 말하지 말라. 대학입시의 평가 방법이 중고등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자주 바뀌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것은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차등 배점을 하더라도 모든 학생이 사회와 과학을 다 학습하여 전인적 교양을 갖춘 인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서, 이번 기회에 아예 문과/이과를 구분하는 제도를 없애는 방안까지도 논의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권승호/전주 영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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