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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21:55 수정 : 2006.06.08 21:55

왜냐면

초등학교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기초교육인, 바른 한국말과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하는 교육이 근본이다.

지금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불고 있는 영어교육 열풍은 우리 교육이 제대로 풀어야 할 극히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영어 열풍은 영어 열병이 되어 우리 교육뿐 아니라 우리말과 겨레와 나라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총리는 그 열병을 고치기보다 더 심하게 만들 발언만 하니 답답하다.

지난 5일치 〈한겨레〉 대담기사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사범대와 교육대의 영어교육과 재학생들에게 영어 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까지 영어 교육을 확대하는 게 사교육비를 늘어나게 하지는 않을 거란 말도 했다. 영어 교육방법을 개선하고 영어 교사의 자질을 높이겠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만, 영어 조기교육 확대를 기정사실로 굳히려는 태도는 교육 문제 전반을 꼬이게 만들 위험한 생각이다.

영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초등학교 영어 교육 확대가 아니라 중·고등학교와 대학 영어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고교와 대학까지 10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 교육 질과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어려서부터 가르치면 좋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조기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켰다. 김 부총리는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하면 사교육이 증가하리라는 지적은 이미 초등 1, 2학년 70% 이상의 학생들이 유치원부터 영어 공부를 하는 상황이니까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건 불법인데도 눈감아 주더니 아예 기정사실로 말하고 있다. 그 잘못과 부작용을 바로잡는 게 교육부총리가 지녀야 할 바른 태도요 생각이다. 또 사범대학뿐 아니라 초등학교 예비교사인 교육대 학생들에게 영어 몰입교육을 시키겠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초등학교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기초교육인, 바른 한국말과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하는 교육이 근본이다.

교육부총리는 경제부처 장관을 해서인지 전경련과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 주장만 듣고 그들이 필요한 사람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모든 학생들이 대기업에서만 일할 수도 없고 그럴 일도 아니다. 영어를 오래 전부터 공용어로 쓰고 있는 동양 쪽 나라들, 곧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을 보라. 그들의 국가 경쟁력이 높고 그렇게 잘 사는가?

외국어 원어민 교사를 수입하는 것으로 영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우리 사범대생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쳐서 영어 교육을 잘 하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대생들에게까지 영어 몰입교육을 시행한다고 말하는 건 교육부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지금 시행하는 영어 조기교육을 당장 중지하고 새로운 영어 교육환경을 만들라. 국민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깊게 토론하고 연구한 뒤에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영어교육 활성화 5개년 계획’보다도 더 시급한 것은 ‘국어교육 활성화 5개년 계획’이나 ‘과학교육 활성화 5개년 계획’이 아니겠는가.

이대로/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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