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1 21:46
수정 : 2006.06.01 21:46
왜냐면
우리나라에 유엔기구가 들어선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과 실천도 ‘평화’가 돼야 하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오래전 어느 글쟁이 스님의 책을 통해 〈녹색평론〉을 구독하게 됐고, 책에 소개된 국내 반전단체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돕기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종교와 이념과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
지금도 인권과 평화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구촌 한쪽은 참극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환기코자 유엔은 매년 ‘잊혀진 이야기 10가지를 선정·발표해 왔다. 올해의 것들을 보니, 14년간 군벌 내전으로 국민 대다수가 궁핍에 시달리고 있는 라이베리아, 2억명이 넘는 갈 곳 없는 각국의 망명자들, 하루에도 12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콩고 내전, 네팔의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으로 인해 반군들에 끌려가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어린이들, 최악의 가뭄으로 무법천지가 된 소말리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난민 문제, 지난해 10월 파키스탄 등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아시아의 지진 휴유증 등 참담한 현실이 그대로 목도된다.
그러다가 작은 힘이지만 생명평화운동에 동참하려 도법 스님 등이 주도하는 ‘생명평화결사’의 등불(회원)이 됐고, 2005년 10월에는 생명평화 대구대회에 참여했다. 그때 행사장에 걸린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생명평화서약문이 떠오른다. 이 말을 화두 물 듯 하다가 문득, “내게 평화가 없는데 어찌 세상에 평화가 있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즉, 내 안의 폭력성은 곧 세상의 폭력과 다름 아닌 것이기에 지금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 등은 바로 내 안의 폭력성의 연장인 것이다.
평화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유엔 산하기구 중 하나인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기술센터(APCICT)’가 인천 송도에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APCICT란 유엔 산하 6개 주요기구 중 하나인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의 산하기관으로, 지역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기구다. 우리나라는 전후 복구와 정치경제적 격랑기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정보통신 분야 최첨단 선진국으로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보격차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유엔기구가 들어선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과 실천도 ‘평화’가 돼야 한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때문에 생명을 담보로 한 그 어떠한 사상적, 지역적, 정치적, 종교적 흥정과 대립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의 대추리로 불리는 오키나와의 ‘민중평화선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바라는 평화는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자연환경을 귀하게 여기고 한정된 자원과 부를 될수록 평등하게 나눠 가지며, 결코 폭력을 쓰지 않고 다른 문화, 가치관 제도를 존중하며 공생하는 것이다.”
김철성 /자유기고가·광주 남구 월산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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