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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9 20:47 수정 : 2006.05.30 13:10

왜냐면-재반론: ‘풍력발전이 대안이다’를 읽고

풍력발전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덴마크가 육지에서는 더 이상 풍력발전기를 건설하지 않기로 선언한 사실은 무시해도 되는 걸까?

지난 23일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염광희 씨의 반론은 우려되었던 반응이었다. 내가 반대한 것은 가치 있는 땅에 막무가내로 건설되는 대규모 풍력단지였지 재생가능 에너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절박한 제주 난산풍력발전단지 인근 토지 소유자들과 인근 주민들의 사정을 전하다 보니 풍력발전 애찬론자들에게는 풍력발전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처럼 비쳤을 수도 있다.

제주 난산풍력발전단지의 명백한 문제를 우선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그것은 청초밭영농조합법인뿐 아니라 확실한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토지 소유주들에게 전혀 동의나 설명없이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염광희씨는 독일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풍력발전기로부터 700m 이상 떨어져 있으면 소음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청초밭영농조합법인과 함께 난산풍력발전단지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뒤 법정 소송을 준비하는 수십명의 원고들은 모두 700m 이내 토지 소유자들이다. 아니, 지금 현재 연락된 토지 소유자들은 모두 350m 이내 토지 소유자들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제주난산풍력발전단지 반대대책위원회’로부터 연락받기 전까지는 자신의 땅 50m, 100m 거리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일단 발전기가 들어서면 그것이 없어질 때까지는 영구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 명백한 토지 소유주들에게 어떻게 설명 한 번 없이 사업을 추진한단 말인가? 그것은 우리 시민사회에서 수없이 비판해 온 개발독재 시대의 개발정책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접근방식이었다.

둘째로, 청초밭영농조합법인과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왜 배치되는가의 문제이다. 염광희씨는 청초밭영농조합법인이 직접적인 피해지역에서 벗어나 자리잡고 있다 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기 위해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자리와 현재 경주마가 방목되고 있는 청초밭영농조합법인 토지는 1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주마들은 발정기의 노루 소리에도 놀라 죽기도 하는 소음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다. 우리나라에 유기농에 대한 개념이 아직 자리잡기도 전에 ‘망할 농사’를 각오하고 유기농을 정착시켜 온 청초밭영농조합법인의 유기농 인증 토지 면적은 2006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유기농 인증 토지 면적의 80퍼센트를 점하고 전국 유기농 인증 토지 면적의 8퍼센트를 점한다.

청초밭영농조합법인은 제주도에서 최초로 유기축산 인증을 받고 풍력발전단지 예정부지 바로 옆을 포함한 200만평의 토지를 유기축산 인증 토지로 가꾸어 나갈 예정이다. 그 흔한 말로 표현하면 관광 특구를 표방하는 제주도에서 적극적으로 키워주어야 할 유기농웰빙관광단지 제1호 예정지이다. 풍력발전단지의 소음으로 우리나라의 자랑거리가 될 청초밭영농조합법인의 유기 축산이 위축되어야 하는가? 성산 일출봉과 한라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기농웰빙관광단지 제주 제1호의 전원풍광을 125m 높이의 위압적인 풍력발전기들과 흉물스럽게 늘어 선 전신주들로 망쳐야 하는가?

셋째로, 염광희씨는 제주 난산풍력발전단지가 당연히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전제하지만 환경영향평가법 등의 법적 장치 미비 때문인지 이 공사는 환경영향평가는 물론 사전환경성검토마저 거치지 않았다. 그리고 발전소 건설 공정 30퍼센트 이상이 지난 시점에 갑작스레 문제 제기를 했다는 지적도 옳지 않다. 기초 공사를 시작할 때 청초밭영농조합법인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주)유니슨은 어물쩍 건설 공정을 30퍼센트까지 끌고 간 것이다. 또 땅을 빌려 준 사람들이야 임대료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하겠지만 그 주민들은 풍력발전단지에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고 난산풍력발전단지에 보다 가까이 살고 있는 성읍리 주민들은 풍력발전단지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풍력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이나 방사능 누출 등 대규모 환경재앙의 우려가 있는 원자력발전의 대안으로 대두되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풍력발전을 30년 전부터 도입해서 풍력발전 보급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덴마크가, 소음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육지에서는 더 이상 풍력발전기를 건설하지 않기로 선언한 사실은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환경론자인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영국의 전원 풍경을 해친다며 육지에서의 풍력발전기 확산을 반대하기로 수년간의 고뇌 끝에 공표한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풍력발전기가 만들어내는 저주파 소음이 두통, 우울증이나 수면 장애와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의학적 연구결과가 영국의 의학자들 사이에 발표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풍력발전의 저주파는 1.6㎞ 떨어진 곳까지 진동의 형태로 전달되어 몇 백 미터만 떨어지면 풍력발전기의 소음은 문제없다는 그간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저주파는 상관없다고 할 것인가? 소규모로 간헐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풍력발전소가 주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주변 토지의 가치를 하락시키자, 싼 값에 주변 지역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점점 그 규모를 늘려간 풍력발전 회사들의 가려진 음모가 폭로된 호주의 사례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다무는 것인가? 접시 안테나 크기의 지붕위 소형 풍력발전기가 대형 풍력발전기의 대안이라고 소개한 뉴스위크 한국판 최신호 기사(2006.5.10)는 대안에 대한 대안 연구가 필요함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대안이 대안이 되려면 개발이 만능이라는 시대의 도그마와는 달라야 한다.

유기축산을 한다고 해서 축산 분뇨를 강물에 흘려보내면 안 되듯,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풍력발전이라지만 명백한 피해에 눈감고 막무가내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입지 선정이 잘못된 풍력발전단지 건설계획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이승기 (사)한국녹색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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