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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9 20:45 수정 : 2006.05.29 20:45

왜냐면

후보들이 서민처럼 보인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민은 아니지만 서민을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고, 노력하겠다고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호소하십시오.

얼마 전 한 케이블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에서 서울시장 후보들이 합동으로 질문받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정치에 식상할 만큼 식상해 있지만, 그 프로그램은 정치인들의 모습을 희화화해서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라 그저 재미로 보았습니다.

질문자들은 유력한 두 후보의 재산 상태와 수입을 집요하게 캐물었고, 두 후보는 어느 정도는 미리 그런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갖추었겠지만 상당히 난처해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될수록 재산이나 수입이 적은 쪽으로, 다시 말해서 서민의 처지에 가까운 쪽으로 답변하려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데 재산이 적다는 것이 그렇게도 유리한 조건인 줄 몰랐습니다. 두 후보에게 다 개인적 호감을 갖고 있어서, 할 수만 있다면 두 분 중 한 분께 선거 때까지만이라도 서민으로 살아온 나의 자격을 빌려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보들을 조롱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좋은 이미지를 보여 주려는 후보들의 처지가 이해가 됩니다. 또한 이번에는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후보들이 나온지라, 누가 당선이 되든 기대가 큽니다. 꼭 투표하겠습니다. 다만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후보들께서 서민이 아니면서도 서민인 척, 아니면 적어도 서민에 상당히 가까운 척하실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후보들은 절대 서민이 아닙니다.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변호사를 하신 분들이,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하신 분들이 서민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시민을 바보로 생각한 것이고, 그런 주장에 동감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장 후보가 꼭 서민이어야 될 이유도 없습니다. 서민이 시장이 될 가능성도 아직은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서울시장은 서울 시민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왜 후보들은 서민적인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하는 걸까요? 그것은 서울 시민들의 절대다수가 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께서 꼭 서민일 필요는 없지만, 시장이 되면 절대다수인 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절대다수인 서민들의 지지를 받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후보께서 정말 서민들을 위해 일하시고 싶은지 스스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왜 시장이 되려고 하십니까? 누구를 위해서입니까? 이제까지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인생 이력 위에 더 화려한 이력을 쌓고자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제발 그런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 서울 시민이 바라고 기대하는 시장은 진정 서민을 사랑하고 기꺼이 임기 동안 봉사할 사람입니다. 그럴 마음이 없으시다면 누가 뭐래도 당장 후보를 사퇴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특정 정당을 다른 특정 정당보다 더 지지합니다. 그러나 이번 후보들께는 소속 정당에 관계 없이 대체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람을 보고 선택하고 싶습니다. 후보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해 준 서울 시민들을 위해 일하실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 후보들이 서민처럼 보인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민은 아니지만 서민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해하고자 노력하시기만 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서민이라고 믿어달라 하지 마시고 이제부터 서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고, 노력하겠다고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호소하십시오. 그리고 만약 당선이 되면 시장이 되고자 노력했던 것보다 몇 배로 서울 시민들의, 그 중에서도 항상 당신의 진지한 눈빛에서 생활의 희망을 보기 원하는 도시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노력을 하기 바랍니다.

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적합한 역할입니다. 솔로몬은 하나님이 그에게 소원을 물었을 때 백성을 다스릴 지혜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는 백성을 다스리는 위치가 얼마나 두렵고 무거운 것인지 깊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러한 지혜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금 주시기 바랍니다. 별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서울의 임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후보들은 임자이면서도 스스로 일꾼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훌륭한 서울시정을 고대합니다.

김향규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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