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5 21:39
수정 : 2006.05.25 21:39
왜냐면
추가감축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도 미국의 반발이 두려워 사업을 강행한다면, 주민 삶의 파괴와 사회적·재정적 낭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는 경기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이 한-미 합의이고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친 국책사업이라서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재협상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선, 용산기지 이전협정과 한미 연합 토지관리계획 개정 협정에는 사업의 ‘조정’ 또는 ‘종료’의 법적 근거가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의 소요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라는 재협상의 사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용산기지의 경우, 한·미 두 나라는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의 하와이 이전 또는 해체·축소 문제를 협의했다. 지난 1일,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이 시점 이후 동북아 전반에 걸쳐 미국의 군사 지휘구조가 재정립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와 연관된 것이다.
미국 지상군 추가감축의 경우, 지난 3월 윌리엄 팰런 태평양사령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각각 의회 증언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추가감축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발언이 미국 국방 최고위 당국자들의 공식적인 발언이고, “한국군이 더 많은 임무를 맡게 되면”이라는 ‘전제’는 충족되고 있다는 점에서 규모와 시기가 문제일 뿐 주한 미국 지상군의 추가감축은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린 전 보좌관도 “한반도 주둔 미군은 (고정 주둔 지상군은 철수하고) 사령부 요소와 해·공군 및 한국군과 합동·연합 군사훈련을 하기 위한 연대 규모의 순환배치군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계획에 따라 미국 육군은 사상 처음으로 ‘501증원지원여단’을 올여름에 창설하고 3천명 규모의 순환배치 여단을 둘 계획이다.
이처럼 주한미군 지휘사령부와 지상군이 추가 감축되면 미군기지 재배치계획에 따라 주둔하기로 되어 있는 1만4491명의 평택 주둔 병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병력 수가 대폭 줄면 기지 규모를 재검토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미군 재배치가 중단 또는 변경된 사례도 있다. 1990년 한-미 두 나라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각서에 서명하고 그 일부를 시행하다가 비용문제를 이유로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두 나라가 합의했던 덕수궁 터 미대사관 신축계획도 3년여에 걸친 투쟁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재협상의 근거와 사유가 분명하고, 한-미 합의의 변경 또는 중단 사례도 있는 만큼 정부는 사업을 중단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추가감축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도 미국의 반발이 두려워 확정된 계획이 아니라며 기지 확장 사업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의 지적대로 ‘시설과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로 인한 주민 삶의 파괴와 사회적·재정적 낭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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