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방과 후 학교’ 라고요 |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신문을 읽으리라 여기면서 청와대 게시판 대신 여기를 택했다. 다른 독자들도 읽을 수 있을 테니….
나는 교사다. 교육경력 11년이 넘은 교사다. 예비교사였을 때보다 교단에 선 이후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 나름의 최선을 다 하려고 애써 왔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2002년에 내가 그렇게 지지했고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을 터 주리라 믿었던 대통령도 남은 임기 2년의 성과주의의 한계를 넘지 못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슬프다. 다른 분야는 모두 대통령이 되기 전의 소신의 꺾었더라도 교육만은 새 길을 터 주리라 바랬는데 말이다.
11년 동안 바라본 학교는 예컨대 교육의 질 와이축은 마이너스에 있으면서 교육의 외형적인 형태 엑스축은 물결처럼 아래위로 춤을 추는 그래프였다. 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제대로 제안, 계획 수립되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고 보충수업, 특기적성, 방과 후 활동 등에서 이번엔 이 모든 형태들의 짬뽕인 ‘방과 후 학교’!
나는 얘기하고 싶다. 인성교육이 무너져 나타나는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가정의 해체로 보기에도 안타까운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돌봐줄 어른이 없어서 밥을 굶고 씻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생계를 위해 새벽까지 장사, 잔업을 하느라 부모 얼굴도 보지 못하면서 긴 시간 혼자 내버려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경우 뿐인가? 아이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부모와 같은 어른, 따뜻한 친구, 밥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 학습을 도와 줄 누나, 언니 같은 이웃이 필요하다. 방과 후 학교에 들이는 정성과 투자로 적어도 2∼3년간 철저한 관리와 감독 하에 마을 동네에 공부방(실질적인 방과후 학교)을 공공기관에 준하는 체제로 만들어 교육부, 보건복지부, 시청, 학교 등과 네트워크화 하여 아이들에게 인성교육, 교과 학습교육, 보육 기능 등과 함께 이웃과 사회의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소외감이나 불행감 등을 걷어내어 웃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은 행복하고 일하는 부모들은 안심할 수 있어 마음의 한 부분의 부담을 덜지 않을까?
더불어 교사인 내가 20∼25명 정도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인간적인 정을 쌓고 아이들에게 늘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웃는 교사가 되게 해 주면 더 좋겠다. 잘 가르치고 싶다. 내 과목의 내용의 양이 적절하여 쫓기지 않으면서 강의식, 외우기식의 수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즐거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사고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게 잘 가르치고 싶다. 대화하고 싶다. 수업 시간에 틈틈이 어려운 이웃에 대해, 사회 현상과 이슈에 대해, 문화 예술에 대해, TV 드라마에 대해 이런 행동들은 이런 것들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내 생각을 얘기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20∼25명 정도의 학생수라면 내 수업을 들으면서 부진아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들도 지금보다 반은 줄어들 것이다. 이게 현 학교에서 교사인 나의 절실한 바람이다. 이런 날을 11년 동안 기다려 왔지만 이런 날은 겨우 한 걸음 다가왔다가 두 걸음 뒤로 가 버렸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가 지금 현실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이라 생각한다. ‘방과 후 학교’, 창피하더라도 거두어 주길 바란다. 학부모들이여 뭉쳐서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 외치는 이들에게 외쳐주길 바란다. 교사들의 의견을 외면해온 교육당국과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외쳐 변화를 가져와 줄 힘을 가진 이들은 학부모들이다. 내가 기대는 언덕은 저소득층이든 아니든 아이들의 진정한 삶의 행복을 바라는 교사들과 학부모들뿐이다. / 노미경 대구 북구 구암동 구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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