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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1:06 수정 : 2006.05.22 11:06

2008학년도 대입전형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다시 등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서울대 등 전국의 24개 대학입학처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공동성명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공동성명의 내용은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고교학생부 반영 비율을 50%이상 확대하고, 논술 등 대학별고사를 최소화하고, 특목고 등 동일계열 진학과 소외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특별전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내용 그 자체만 보면 특이할 만한 것이 전혀 없는데도 논란이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해마다 바뀌는 대학입시의 불안정성과 대학 당국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불신 때문이다.

우선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의 반영 비율이 공교육 정상화와 학부모의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하려면 100%가 아닌 이상 의미가 없다. 하지만 기존의 40% 반영 계획을 수정해 50%로 높이겠다는 것은 의미 없는 숫자의 다름이거나 대학의 책임 회피를 위한 면피용일 뿐이다. 학생부의 반영 비율이 의미 있는 숫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반영률이 수능 성적이나 논술 등 대학별고사의 실질반영률과 견주어 최소한 동등하거나 더 높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엄존하고 있는 학벌과 대학서열화를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통합형 논술고사를 준비하고 가르칠만한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교육현실을 직시하면 그 한계는 명백하다. 때문에 수능 성적과 논술고사를 합산한 반영비율이 학생부의 실질반영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형기준을 1000점으로 볼 때, 기본 점수 없이 학생부 500점, 수능 성적 400점, 논술고사 100점 혹은 학생부 600점(기본점수 200점), 수능 성적 300점, 논술고사 100점으로 전형하는 것이다. 굳이 논술고사 성적이 없더라도 고교내신과 수능 성적만으로도 우수학생들을 선별할 수 있는 변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서울대가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자료로 충분히 증명된다.

해마다 치르는 수능 모의고사와 실제 수능시험에서 전체 영역에 걸쳐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0.15%(900명),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1%(5천명) 안팎이라는 사실은 ‘고교내신과 수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통합형 논술고사로 또 다시 우수학생을 뽑겠다.’는 대학의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준다. 서울대의 모집정원은 수시와 정시를 합해 3천명을 약간 웃돈다. 사실 수능시험 전체영역에서 1등급이나 2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우수학생들이다. 그러나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들은 2등급은 결코 우수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서 훌륭한 인재로 길러내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억지 주장을 해 왔다.

학생부의 실질반영률을 높이고 수능 성적의 변별력이 사회적으로 공인받았다고 하더라도 대학은 고교등급제나 논술고사에 대한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은 학벌사회와 대학서열화가 낳은 고질적인 병폐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대학의 임무는 학생 선발보다 인재 양성 곧, 선발된 학생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 있다. 그동안 대학들은 인재 발굴과 양성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반성적 성찰도 없었다. 단지 점수로 서열화된 획일적 입시시스템에 의탁해서 어떻게 하면 상층부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할 것인가에 매달려 왔다. 따라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선언을 하거나 3불 정책 법제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논술고사도 마찬가지다.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은 대략 15% 안팎이다. 그럼에도 논술 사교육 바람은 초등학교까지 파고들어 입시 사교육 바람을 선도하며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논술고사는 동점자 처리 참고자료로 활용하거나 일반논술로 바꿔 실시하되 그 반영 비율을 최소화해야 한다. 통합형 논술고사가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은 기대할 수 없다. 지금처럼 고교 교육과정과 전혀 동떨어진 통합형 논술고사는 사교육 시장을 살찌우며 학부모의 호주머니를 더욱 궁핍하게 만들뿐이다. / 박명섭 전남 곡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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