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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1:05 수정 : 2006.05.22 11:05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라는 질문에 “예,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라고 미소 지으며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 행복하지 못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면 무슨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물론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임이 분명하지만 교육문제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고 대답할 사람이 어쩌면 가장 많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교육은 왜 하는 것일까? 행복을 맛보고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그런데 오늘 우리들은 교육 때문에 행복을 포기하고 있으니 모순도 이만한 모순이 없다. 이렇게 말할 사람도 많다. 10년 고생해서 몇 십 년을 행복할 수 있으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옳은 말일 수 있으나 옳지 않은 말일 수도 있다. 공부는 학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도 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초·중·고 때는 자신의 공부 때문에, 부모가 되어서는 자식의 공부 때문에 행복을 포기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할 것이 너무 많은데 오늘은 <교육방송> 강의만 가지고 생각해 보고 싶다.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고 또 그 말을 부정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으면 되는 것이 텔레비전이다. 사고력이 필요치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에게 텔레비전 보기를 권하고 있다. <교육방송> 수능 특강 방송이 실시되고, 거기에서 수능시험이 출제된다는 발표가 있은 다음부터 아이들은 바보상자 앞에서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수능시험 직후 <교육방송>에서 70~80%가 출제되었노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교육방송> 시청은 수험생에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데도 말이다.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고, 수학능력시험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외쳐대면서 사고력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저하시키는 텔레비전을 보라고, 그것도 밤마다 잠도 자지 말고 보라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밤에 숙면을 취해야 낮에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에게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으라고 강요한다. 이 같은 모순, 이 같은 코미디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에게 똑같은 강의 듣고도 성적에 차이가 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지? 훌륭한 강사와 양질의 강의가 빵빵하게 들어차 있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열심히 듣게 되면 실력이 껑충껑충 향상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는 텔레비전 강의를 통해 얻은 것이냐고? 훌륭한 강사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느냐고?

정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강의 듣고, 보충수업 강의 듣고, 학원 선생님 강의 듣고, 과외선생님 가르침 듣고, <교육방송> 강의 듣고, 인터넷 강의 듣고, 듣고 또 듣고 ….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차분하게 앉아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익히는 시간은 언제 가지며, 생각할 시간은 또 언제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배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익히는 일 역시 최소한 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일 아닌가? 도대체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인지, 사고력을 기르자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공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제자가 찾아왔다. 입학성적은 중간 이하, 과외는 커녕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던 제자, 그 제자는 지금 공군사관학교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이라 한다. 서울대를 비롯하여 명문대에 진학한 우리학교 졸업생들의 공통점은 사교육을 전혀, 또는 최소 3개월 이상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교육방송>에 크게 관심 두지도 않았음까지 밝힌다. 스스로 탐구하면서 책으로 공부하기에 힘쓴 아이들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사교육에 의지하였던 아이들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우리학교 졸업생들만 그러할까? 아닐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으리라. 그렇다. 공부는 학생 스스로 책으로 하는 것이다.


좋은 강의가 실력 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님을 인정해야만 한다. <교육방송> 강의가 아무리 훌륭해도 텔레비전 매체라는 한계로 인해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없기에 스스로 탐구하는 것보다 학습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배우는 시간을 빼앗아 학생 스스로 익히는 시간, 생각하는 시간으로 바꾸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방송> 강의를 강요하지 말아야 하고, 가능하다면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흔히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이야기하지만 그 앞에 ‘격물치지성의정심’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격물(格物)’은 사물의 근본 이치를 완전하게 아는 것을 말하는데 이 격물(格物)이 완성되었을 때에라야 비로소 ‘치지(致知)’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권승호/전주 영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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