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경기도청 법무담당관실 행정심판전문요원
왜냐면 |
[왜냐면]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 |
1995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제도의 실험을 끝내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5. 31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국민들은 한판의 축제를 위하여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부터 처음 19세의 새내기 유권자도 한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정당의 입후보공천과 관련하여 거액의 검은돈이 거래되었다고 한다. 현역 중진의원 2명이 소속 정당에 의하여 고발되고, 어떤 정당 사무총장은 수억원을 받다가 현장에서 체포된후 구속되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지방정부의 부정부패로 지방분권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방권력 심판론’을, 야당은 참여정부 이후 지방분권화가 진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신중앙집권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앙권력 심판론’을 들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부터 도덕적이고 유능한 지역인재가 지방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지방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제로 바꾸고, 기초의회의원 선거에 까지 정당공천을 확대하고,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가 정당의 대리전으로 전개되면서 정당공천은 곧 당선으로 여겨져 공천비리가 속속 불거지고 있다.
공천비리는 정당과 후보자 개인을 탓하기 전에 지방자치의 중앙정치화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하고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 이미 예견되었던 부작용이다. 그래서, 1990년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즈음하여 당시 여당은 지방선거에 정당참여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정쟁으로 인한 지방행정의 혼란, 지역사회의 분열과 반목심화 등의 폐해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지방의 자율적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정당배제를 주장하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정당은 민의의 결집·인재의 발굴·중앙과 지방의 매개·책임정치의 실현 등 여러 가지 순기능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의 오랜 전통을 가진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정당의 지방선거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혈연·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하다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정당의 지방선거(특히 의회의원선거) 관여는 문제가 있다.
오늘날 정당정치의 발달로 인한 권력의 통합 내지 일원화로 몽테스큐의 수평적 권력분립론은 그 본래의 권력통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을 매개로 한 권력의 집중과 자의적인 권력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중앙권력의 통치권행사를 기능적으로 견제하는 지방자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정치환경에서 정당이 지방선거에 관여할 경우 정당은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선거이후 당선자의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는 중앙권력의 견제기능을 담당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기초의회의 구성은 범국가적인 정강·정책 등 정치색을 띠는 정당추천후보자 보다 가능한 한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이 권력분립과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설령,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를 합리적 범위내에서 인정하고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하였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는 또 있다.
정당은 공천신청자가 경합하는 경우 정당기여도(?)를 기준으로 이른바 전략공천을 하고 있는데, 그 기준은 주로 정치자금법상 액수의 제한이 없는 당비를 얼마만큼 내었는가, 중진국회의원에게 얼마나 잘 보였는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경선공천은 다소 민주적이긴 하나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자는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돈과 기댈 언덕은 없지만 능력있는 지역인재들의 지방의회진출을 사실상 봉쇄하고 그 때문에 유권자도 자신이 선출하고 싶은 자를 선출할 수 없게 될 소지가 있어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선거권·공무담임권·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서민층과 젊은세대에서 입후보자가 나오는 것을 곤란케 하고, 이들 서민층과 젊은 세대를 대표할 자가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에 진출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들이 정치적으로 거의 대표되지 못한다면 대의제의 원리에 반하고 다원성을 핵심요소로 하는 민주주의 정신에도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의 중앙정치화 수단이 되는 정당의 후보자공천제도는 위헌적이다.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교실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정당국가적 경향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양대 정당이 지방선거를 내년에 있을 대선전초전으로 설정하고 권력심판론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것은 이러한 지방자치제도의 이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공천비리로 선거판이 어지럽기는 하나 최종 선택은 결국 우리 유권자의 몫이므로 냉정하면서도 당당하게 지방주권을 행사하여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자.
최종구/경기도청 법무담당관실 행정심판전문요원
최종구/경기도청 법무담당관실 행정심판전문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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