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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1 21:05 수정 : 2006.05.11 21:05

왜냐면

소풍 때조차 경쟁을 학습시키고 ‘일류’가 가져다줄 달콤한 허상을 세뇌시키는 기성세대의 정당한 폭력에 학생들 스스로 병들어가고 있다.

‘하루만 쉬게 해 주세요’라는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장에 과연 5월 5일은 어떤 의미로 씌어질까.

입시강사인 난 얼마 전 어린이날 점심식사 중에 매우 충격적인 얘기를 식당 주인 아주머니한테 들었다. 자신의 초등학생 딸이 교회에서 견학 겸 소풍으로 이른바 일류대 중 한 곳을 다녀왔으며, 자기 딸도 그 대학을 꼭 갔으면 한다는 말을 아주 간절하게 웃으며 하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초등학생조차 그 대학을 다녀왔다는 사실 하나로 마치 자신이 벌써 일류대 학생이 된 것처럼 기뻐했다는 것이다. 중학생들이 학교 소풍으로 이른바 일류대(이 용어조차 재정립돼야 하지만)를 간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난 이 나라의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중학생들에게 대학교 관람을 시키는 것인지를. 명백히 합법화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숨어 있는 교육적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전혀 교육적이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한 반의 소수 학생만이 갈 수 있는 일류대학을 소풍 장소로 정하는 기성세대의 놀라운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소풍 때조차 경쟁을 학습시키고 ‘일류’가 가져다줄 달콤한 허상을 세뇌시키는 기성세대의 정당한 폭력에 지금 학생들 스스로 병들어가고 있다.

어른들의 통제된 억압과 그들이 꾸준히 외치던 일류대학이 가져다줄 근거 박약한 보상을 위해 버려야 하는 가치들도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형화된 교복을 입고 캠퍼스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것이 우리가 그리는 아이들의 미래상이라면 일류대와 인연이 없을 약 98퍼센트의 학생들의 미래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모순된 교육현실에 순응한 채 살았던 과거를 거울삼아 지금이라도 우리는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소풍 때만이라도 그들에게 자유를 만끽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공교육이 외치는 다수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다. 일년 내내 순수한 놀이문화와 친구 간의 우정만을 생각해야 할 초등학생이 어른들이 학습시켜 놓은 일류대학의 허상 앞에 쉽게 병들어가고 있다. 소풍마저 초·중·고 학생들을 입시의 도구로 이용하는 지금의 대학 견학과 관련된 소풍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해맑은 미소로 자연의 쉼 없는 신비스러움에 감탄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보고 싶다!

장우철/경기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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