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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8 17:46 수정 : 2006.05.08 17:46

왜냐면

왜 한 학기에 한 번씩은 그렇게 전교생이 관광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지. 어째서 내 아이 소풍 보내는 돈이 헛되이 쓰인다는 느낌이 드는지.

며칠 전 큰아이가 수학여행을 갔다. 요샛말로 현장체험 학습이다. 좋으냐고 물었더니 학교를 벗어나서 좋단다. “솔직히 말해 봐” 했더니 그냥 휴가를 사흘 주었으면 좋겠단다. 낮잠도 자고 친구들이랑 영화도 보고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도록. “설악산은 벌써 가봤고 낙산사도 불타서 볼 것도 없는데 안 가면 안 될까” 한다. 모처럼 아이들이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햇살을 즐길 수 있어 좋겠다 싶었지만 나의 수학여행 기억도 상쾌하지 않고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니 참 안타깝다.

작은아이는 용인 에버랜드로 먼저 소풍을 다녀왔다. 소풍은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다. 1)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하여 바람을 쐬는 일. 2)운동, 자연관찰 등을 겸해 야외로 먼 길을 걷는 일.

답답한 마음을 푸는 일은 요즘 아이들에겐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놀이기구 타고 퍼레이드 보고 좋았다는데, 소풍에서 돌아온 아이가 바로 잠이 들어서 이튿날 아침에야 깨었다. 아이에게 또 가고 싶으냐고 물으니 몇 달 지나서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묻고 싶다. 왜 한 학기에 한 번씩은 그렇게 전교생이 관광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지. 어째서 내 아이 소풍 보내는 돈이 헛되이 쓰인다는 느낌이 드는지. 코앞에 공원을 두고 산을 두고 바다를 두고 굳이 놀이공원으로 가야만 하는지. 엄마들은 도시락을 싸고(일식집이나 치킨집이 덩달아 바빠진다), 고기를 굽고, 아이들 대신 줄도 서주어야 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지!

몇 해 전 큰아이 학교에서는 차 타고 가는 소풍 대신 담임교사 인솔로 가고 싶은 곳으로 소풍을 계획한 적이 있다. 장소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정했다. 바람 불고 추운 날이었지만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다. 아이는 지금도 그런 소풍을 가고 싶다고 한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설악산권 2박3일에 8만2100원이다. 작은아이의 하루 소풍도 2만원이 넘었다. 물론 소비심리도 일으켜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하지만 소비도 현명한 것이라야 한다. 관광회사 살리고 관광지 주민들 소득 늘려주자고 하는 소비는 아닌지, 리베이트 문제로 누구는 히죽거리고 누구는 울상짓게 하자고 하는 일은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건 나뿐일까? 같은 소비를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현장학습을 생각해야 한다. 학교시절의 좋은 추억은 평생을 간다. 나쁜 기억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한다. 대학입시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어 모두 혼란스럽다. 그러나 교육현장이 정말 바뀌지 않는다는 거 눈 있고 귀 있는 사람은 다 안다. 변하면 안 되는 것이 있고 변해야만 하는 것도 있다. 우리 교육도 변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 그중 일년에 두 번 있는 소풍만이라도 틀에 박힌 형식적 행사가 아니라 진정 아이들을 배려해 좋은 경험과 기억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안미경/경기 시흥시 정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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