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7 21:14
수정 : 2006.04.27 21:14
왜냐면
다양한 배경의 영어교사가 우리의 공교육 교단에서 가르친다는 것, 이것보다 더 훌륭한 국제이해 교육도 드물 것…나아가 이러한 정책은 언어제국주의가 가져오는 왜곡된 구조를 완화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영어교육 시작 학년을 초등학교 1학년으로 앞당긴다고 한다. 또 2010년까지 모든 중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1명 이상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오래 전부터 불신을 받아온 공교육 안 영어교육에 대한 뒤늦은 대책에 불과하다. ‘영어회화 가능자’가 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어권 국가로 연수를 떠났으며, 원어민이 수업을 하는 사설학원에 등록했을까? 지난 십수년간 이에 들인 비용은 몇십조원이나 될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을까?
사람들의 사교육을 통한 해결책 강구와 정부의 뒤늦은 대책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인 교사만의 영어교육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불행히도 문제의 본질은 교사의 능력보다는 교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있는 듯하다.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려면, 영어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거나 그렇다고 느껴지는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이 주당 단 한시간이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 원어민이 하는 영어 수업은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으로 직결될까? 지금 원어민 교사의 자격 요건은 단 하나, 학사학위 소지 여부다. 그런데 대학 나온 원어민의 영어 수업이 학생들의 의사소통능력 신장으로 직결된다고 믿는다면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좋은 외국어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 외에도 많은 자질이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이른바 영어 상용국가 6개국 모두가 한국보다 2~3배 높은 국민소득을 올리는 현 상황에서, 외국어 교사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춘 원어민 교사를 공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 초빙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 꼭 원어민이어야만 하는가?
현재, 세계에서 영어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중 80%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것이라고 한다. 영어가 영어 상용국의 언어일 뿐만 아니라 국제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어민에 버금가는 영어 구사력을 가진 비원어민의 수도 원어민 수 못지않게 많다. 특히 과거 영어권 국가의 식민지배를 당했고, 지금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국가에서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원어민 못지않은 수준의, 아니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원어민보다 훨씬 더 나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영어교육학계에서도 원어민-비원어민의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공언할 정도이며, 심지어 교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 일부 학교에서는 나이지리아에서 교사를 수입해 자국민을 교육하고 있다.
한국인 교사 초빙에 필요한 예산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자격을 갖춘 우수한 영어교사들을 인도 등지에서 초빙할 수 있다. 이들은 영어교육 전공 학위와 충분한 경력, 한국의 웬만한 영어 전공자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영어 구사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영어를 자연습득한 원어민과 달리, 의식적인 학습으로 이런 수준에 오른 사람들이어서 학습자의 어려움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들은 대학 졸업장만 달랑 가지고 있는 원어민보다 여러 면에서 더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배경의 영어교사가 우리의 공교육 교단에서 가르친다는 것, 이것보다 더 훌륭한 국제이해 교육도 드물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정책의 시행은 언어제국주의가 가져오는 왜곡된 구조를 완화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정부 간 협력으로 엄격한 기준을 두어 선발·관리하고, 이들에게 맞는 교과서 및 교육과정 개발, 한국인 영어교사와의 팀티칭(Team teaching) 같은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면, 공교육 안 영어교육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인도인 영어교사를 수입해야 한다. 물론 반드시 인도인일 필요는 없다. 상징적 의미일 뿐, 필리핀인이어도 좋고, 나이지리아인이어도 좋다.
김민수/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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