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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0 18:29 수정 : 2006.04.20 18:31

왜냐면

뚜렷한 이유나 근거 없이 단순히 시험에 길들어 있고, 그래서 시험 준비를 해야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결국 시험에 자신을 거는 20대…

#장면1

어느 이동통신사는 ‘현대생활백서’라는 제목의 연재광고에서 “버스보다 지하철이 좋은 이유는 급정거, 오르막, 내림막이 없어서 액정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게임하기 딱이다”라고 말한다. 어디 게임뿐인가? 책도, 신문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지하철 속의 2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책을 읽으며 지하철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앞좌석에 앉은 대학생 새내기로 보이는 2명의 대화가 들렸다. “야! 저 사람봐! 왜 저런 책을 읽지?” “시험에 나오나 보지 뭐∼.”

#장면2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나선 친구가 또 한 명이 늘었다. 대학교 4년을 다니면서 “참 재미있다”, “정말 전공을 잘 선택한 것 같아”, “취직을 전공을 살려서 하고 싶어”라고 늘 말하던 친구였다.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는 그 친구는 “군대 있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왔어”라는 말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가산점을 가진 것도 없다. 정말로 지푸라기 하나도 없이 공무원 준비의 ‘바다’에 뛰어든 것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은 시험에 대한 재미있지만 안타까운 우리 현실을 드러내 보인다. 첫 번째 상황은 대학생들의 독서와 생활이 시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의 단면을 보여주며, 두 번째 상황은 자칭 ‘무규칙 이종예술가’ 김형태씨가 말하듯, 뚜렷한 이유나 근거 없이 단순히 시험에 길들어 있고, 그래서 시험 준비를 해야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결국 시험에 자신을 거는 20대 중반의 친구들을 보여준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시험은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시험이 꼭 필요한가? 시험을 안보면 안 될까?

최근에 겪은 위와 같은 일이 적어도 내 눈에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만연하고 있는 현상이라면, 시험은 폐지되어야 한다. 솔직히, 난 시험이 폐지되면 생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시험이 없어지면 시험이 차지했던 사회의 긍정적 기능을 대체할 만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글은 개인적이고 지극히 감정적이다. 하지만, 시험의 부정적인 역할과 문제점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현실이기 때문에 난 이 지면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왜냐면’은 “난 이렇게 생각한다. 왜냐면 무엇무엇은 무엇이기 때문이다”라는 논리정연한 글도 좋지만, 이 글처럼 “난 이러이러한 것을 보았고 이런 점이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이것을 저렇게 하면 안 될까?”라고 질문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글을 본 많은 사람들이 ‘왜냐면’으로 시작하는 많은 글을 달아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험을 없애거나 안 보면 안 될까요?”

조해수/서울 강동구 길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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