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7 21:30
수정 : 2006.04.17 21:30
왜냐면
교도소의 폐쇄적인 특성상 사회적 감시 체계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도관들이 지휘감독 라인을 장악함으로써 자체의 감독 기능마저 약화하고 교정행정의 난맥상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법무부 교정국장은 50여곳의 교정기관과 1만8천여명의 교도관 및 경교대, 6만여명을 넘나드는 기·미결 재소자들을 관리감독한다. 교도소가 수용자들을 격리수용하는 형무기능만을 담당하는 곳이 아니라 이들을 교정교화하고 준법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정행정의 궁극적 지향점일 것이다.
국가 형사정책의 한 축인 행형업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 교정국장이 법률가인 검사장에서 직업 교도관인 교정이사관으로 바뀐 지 8년이 되었다. 국민의 정부 당시 별다른 공론화 과정 없이 국가의 행형업무 전반이 차관급인 검사장에서 교정이사관에게 이관됐다. 이는 교도관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교정 일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내실 있는 교정행정을 구현해 보라는 선의의 취지였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행형업무의 특수성과 교도관들의 절대적 역량을 간과한 채 졸속으로 시행된 인사였음이 교정 현장에 쌓여가는 적폐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드러나고 있다. 차관급이 넘쳐나는 법무부 직제에서 이사관급 교정국장의 한계 때문에 업무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교도소의 폐쇄적인 특성상 사회적 감시 체계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조직논리에 충실한 교도관들이 일선 교도소-지방교정청-교정국에 이르는 지휘감독 라인을 장악함으로써 자체의 감독 기능마저 약화하고 교정행정의 난맥상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형의 목적인 교정교화는 고사하고 수용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탈법과 편법이 횡행하는 것이 작금의 교도소 실상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귀한 생명을 앗아간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교도관들의 탈법적 사건들을 폐쇄적인 교정시설의 특성을 악용해 덮으려 하고 조직 보호를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릇된 결속력은 무슨 일이든 축소·은폐·조작을 통해 책임을 면탈할 수 있다는 오만한 자신감의 발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족들에게 피해 사실이 전해졌고 언론의 취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정 당국이 보인 행태는 교정행정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개혁과 쇄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재소자들이 일부 교도관들의 탈법행위로 피해를 당하거나 목격을 해도 이를 호소하고 도움을 청할 마땅한 통로가 없는 것도 무슨 일이든 축소·은폐·조작을 통해 해결하려는 그릇된 관행을 제어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장관에 대한 청원권이 있지만 그 내용은 재소자 처우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나마 지방 교정청에서 청원조사를 함으로써 실효성이 거의 없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에도 한계가 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방법이 있지만 교도관의 명백한 범죄행위까지도 무혐의 처리해주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어, 교도관들의 준법의식 해이를 부추기고 탈법행위를 방조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자기 식구 감싸기에 나선다는 비난을 초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성 재소자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데 “증거가 있느냐, 너만 힘들어진다”고 말했다는 여자 교도관 앞에서 느꼈을 절망감의 크기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절망감을 극복할 길이 없는 재소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항의를 하게 되지만 잘못되면 귀중한 생명을 잃고 축소·은폐를 통해 진실은 묻히게 되는 곳이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현주소다.
나 역시 유통기한이 다 되어 폐기물에 불과한 육가공품을 판매한 것에 항의하고 변상과 사과방송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에게 밉보여 추운 날씨에 조사수용을 당하고, 이 과정에서 식기를 지급받지 못해 10일씩이나 밥을 먹지 못하는 고통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하지만 조사관은 이런 일은 도움을 줄 수가 없어 미안하다며, 참고 생활하라는 말을 해주었을 뿐이다.
현재의 심각한 교정행정의 난맥상을 바로잡으려면 최소한의 자질 검증 과정을 거친 법률가를 교정국장에 임명하고 법무부 안에서나마 교도관들이 관여할 수 없는 교정업무 감시기구를 만들어 교정시설의 탈법행위들을 직소할 수 있는 제도를 긴급히 도입할 것을 제언한다. 재소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 얼마나 야만스러운 일인가.
양민호/군산교도소 1038호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