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3 23:21
수정 : 2006.04.13 23:21
왜냐면
노동자 탄압의 배경엔, 지난해 총장선출 과정에서 직원과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던 노동조합에 대한 보복심리가 개입되어 있다.
지난 10일치 한 신문에는 ‘자물쇠 채워진 대학 도서관’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파업사태를 다뤘다. 그러나 정작 파업에 나서게 된 대학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 원인에는 눈을 감았고, 직원과 학생의 대립을 유도하려 도서관에 자물쇠를 채워둔 대학 당국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마지막 선택이었던 파업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위로 매도하는 편파적이고 악의적인 논조로 일관했다.
대학 사회에서 투명인간처럼 취급받던 직원들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대학 직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전면 부정하며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학 당국의 노조탄압에 있다.
한국외대 쪽은 19년간 대학과 노조가 맺어왔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30년 근속한 직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했으며, 수 년간 근무해온 여직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도 모자라 교섭거부와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리고 조합원으로 아무 문제 없이 활동해왔던 직원들 48명 개개인의 집으로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엄중 조처하겠다는 총장 명의의 공문을 수차례 보내 가족들까지 위협하며, 이에 굴복하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해 보복인사를 하였다.
이런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각종 조처에 대학 노동자들은 최후의 선택으로 파업에 나서야만 했다. 그러나 파업 이후에도 대학 당국은 여전히 대화와 협의의 창인 단체교섭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으며, 오히려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대립과 갈등을 악화시키기 위해 최소인력으로 가동할 수 있었던 대학 도서관의 문을 일부러 폐쇄하고 자물쇠를 채우는 등 비열한 행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유례 없는 노조 및 직원 노동자 탄압의 배경엔, 지난해 총장선출 과정에서 교수들만의 총장 선출의 한계를 지적하며, 직원과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일관되게 요구했던 노동조합에 대한 보복심리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교수들만에 의해 선출된 총장과 일부 보직교수들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는커녕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상식 이하의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학생들에게는 큰 폭의 등록금 인상을 강요하고 있다.
19년 동안 신뢰 속에 형성되어온 노사관계를 통째로 폐기처분하려는 대학 당국에 의해 직원들이 차가운 농성장으로 떠밀려 나올 수밖에 없었던 진실은 외면한 채, 파업을 조장하고 유도한 학교 당국의 논리와 의도대로 노동자와 학생을 충돌케 하려는 고의적인 비방과 왜곡은 300여 대학 노동자의 생존권 지키기 노력을 매도하고 학교 당국에 의한 대학 노동자들의 노동 3권 박탈을 정당화하고 사태의 장기화를 부추겼다.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는 “직원 노조가 대학의 생명인 도서관 문을 폐쇄할 수 있는가”라는 진실을 왜곡하는 작문을 할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대학에서 대학 직원들의 노동권이 이렇듯 심각하게 박탈당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해야 했다. 또한 대학 노동자들에게 정확히 답해야 한다. 대학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원천적으로 부정되는 현실에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정준애/전국대학노동조합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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