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0 23:02
수정 : 2006.04.10 23:02
왜냐면
날로 심각해져 가는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를 보정하기 위해서는 소외지역 병설유치원 확충 및 무료급식 확대 등 적극적 차별해소 조처가 절실하다.
방과후 학교가 전국 274개 초·중·고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다. 내년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로 전면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입시교과는 물론이고 토익, 바이올린, 퀼트 공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교육을 학교로 흡수한다는 야심적인 프로젝트다. 하지만 과연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나아가 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필자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방과후 학교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다.
첫째,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사교육비 지출 경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값싼 학교과외’인 방과후 학교에 만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수강료를 사설학원의 20~50% 수준으로 대폭 낮추면 사교육비가 절감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학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언제는 보충수업비가 비싸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과외로 몰려갔는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서열 체제가 유지되는 한, 사교육비의 많고 적음에 의한 교육 서열화는 피할 수 없다. 방과후 학교는 서열화의 비용만 늘릴 뿐이다.
둘째, 방과후 학교는 학교교육 정상화에 이바지하기는커녕 오히려 공교육을 더욱 무너뜨릴 것이다. 실제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그동안 고등학교에서만 실시하던 수준별 보충학습을 중학교까지 확대함으로써, 살인적 입시경쟁 구조를 더욱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요구한다는 이유로 본래의 취지와는 어긋나게 영어, 수학, 한자, 논술 등 입시교육을 시키고 있다. 또한, 학원 강사들에게 학교수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사실상 학교를 학원화하는 길을 터주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는 손 안대고 코풀기 식 방과후 학교 정책을 그만두고, 교육재정부터 대폭 늘려 무상교육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6년판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교육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로 개발기구 평균 5.1%에도 못 미친 반면, 사교육비 비중은 2.9%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국민이 사교육에 더욱 몰입하도록 수강료를 지원하고 강사인력풀을 넓힌다는 게 말이 되는가. 방과후 학교가 꼭 필요하다면, 출발점 평등을 위해 생계형 맞벌이 부부 및 저소득층 자녀의 무상교육 차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를 보정하기 위해서는 소외지역 병설유치원 확충 및 무료급식 확대 등 적극적 차별해소 조처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교육부가 바로 그 조정자 구실을 해야 한다. 제발 방과후에는 학교 문을 닫자. 모두가 노력한다면 이미 그건 꿈이 아니다.
신정섭/대전 호수돈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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