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06 20:25
수정 : 2006.04.06 20:25
왜냐면 - 재반론 ‘로스쿨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3월31일치)를 읽고
2003년 자료를 보면, 미국 변호사는 1인당 연간 소득이 국내총생산 대비 3.7배 수준이나 우리나라는 22.3배에 이른다. 인구 100만명당 변호사 수는 미국의 50분의 1이고, 영국·프랑스·독일의 10분의 1 수준이다.
우리 국민은 혹독한 대가를 지급하고 불완전하나마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민주화를 이뤄왔다. 이제는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할 사법분야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문민정부는 법률서비스 및 법학교육의 세계화를 기치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을 추진하였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는 필연적으로 법조인(특히 변호사)의 양산을 뜻하므로 이를 싫어하는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당시 300명이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1천명까지 늘리는 정도에서 사법개혁의 시동은 멈추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사법개혁 움직임은 이전과 다른 모양으로 전개됐다. 사법개혁위원회가 꾸려져 법조인 양성제도 및 공판중심주의 도입 등 개혁과제의 뼈대를 만들었고, 대통령 직속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이를 입법단계까지 구체화했다. 그 중 사법제도 개혁의 핵심인 로스쿨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그 입학정원을 놓고 이해집단 사이 싸움이 치열하다.
법안 제7조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협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과 협의하여 총 입학정원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학정원의 증가를 반대하는 법조집단이 사실상 입학정원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벌써 법조집단은 입학정원 1200명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도영 전공노 법원본부장은 지난달 24일치 ‘왜냐면’에서 법조인 양성을 선진화하고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로스쿨 도입 추진은 법조집단의 기득권 옹호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경식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지난달 31일치 반론에서, 로스쿨법안에는 전체 입학정원 규정이 없음에도 이번 기회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법학 교수들이 입학정원을 3천명으로 늘리라고 터무니없이 우기고 있으며, 무슨 법률수요가 갑자기 늘어났다고 3천명을 주장하는지 그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로스쿨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사법개혁 추진은 법조집단 위주로 전개되었다. 법조집단은 철저한 정원관리로 통제불능의 특권층을 형성하고, 법률서비스시장을 독과점하여 법무서비스의 공급량과 공급가격을 정해 왔다. 법조집단의 특권의식과 독과점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국민은 값싼 비용으로 변호사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변호사 수가 가장 적고 소득은 최상위권이다. 2003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미국 변호사는 1인당 연간 소득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7배 수준이나 우리나라는 22.3배에 이른다. 인구 100만명당 변호사 수는 미국의 50분의 1이고, 영국·프랑스·독일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래서 민·형사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착수금으로 300만~500만원을 준비해야 하고, 변호사가 전관이면 수천만원이 필요했다. 민사사건에서 변호사 도움 없이 진행되는 사건이 70~80%나 된다고 한다.
변호사는 업무 분야에서도 민·형사뿐만 아니라 국제업무, 세무, 특허, 환경, 의료, 손해배상, 가사, 기업에 이르기까지 훨씬 전문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변호사 업무는 거의 송무중심(소송대리)이고, 민·형사 사건을 모두 다루는 변호사가 적지 않아 송무분야에서도 전문화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처럼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법률 독과점 시장에서 경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조집단은 높은 보호막(진입장벽)을 치고 정원관리를 하였기 때문에 경쟁의 필요성이 없었다. 법률전문가는 사법연수원 수료 경력이 아니라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부단히 그리고 치열하게 경쟁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법개혁위원회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무서비스 제공’을 로스쿨 도입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려면 변호사 수의 증대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로스쿨 도입의 성패는 입학정원에 있다. 그렇다면, 거리에 나선 교수들은 국민이 철저히 소외된 법무서비스 시장의 실패를 바로 읽은 것이고, 그 처방으로 로스쿨 입학정원 3천명을 주장하는 것은 옳다. 그리고 로스쿨 입학정원은 사법개혁의 주체이자 법무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로스쿨 입학정원 문제는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률로 결정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법조집단이 로스쿨 정원 문제를 이유로 로스쿨 도입을 흔들고 있는 것은 사법민주화를 완성하려는 국민의 뜻을 호도하는 것이다.
최종구/경기도청 법무담당관실 행정심판 전문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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