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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30 17:54 수정 : 2006.03.30 17:54

왜냐면

서점조차 규모의 경제 논리에 휩쓸린다면 양서를 출판하는 출판사도, 베스트셀러가 아닌 작가도 모두 쓰러질 것이다.

국민의 문화수준을 높이고자 30년 전부터 정부에서는 도서 출판·인쇄·유통을 보호해 왔다. 2002년 8월26일에는 국회에서 출판인쇄 진흥법을 통과시켰고, 이듬해 2월24일에는 본법에 대한 시행령을 만들었다.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정서와 생활습관, 그리고 사고력과 품성의 차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책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도서 정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법률로 강제하고 있다. 단, 전자상거래의 경우 10%의 범위에서 할인할 수 있으며, 마일리지 부분은 유보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법률의 허술함 때문에 지금 모든 서점이 대립각을 세우고 살벌한 생존게임을 벌어고 있다. 전자상거래(온라인서점)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현금 10%를 정가에서 할인하고 마일리지를 10~20% 적립해가며 판매고를 올린다. 결국 20~30% 할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일반 서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일리지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생겼다. 도서의 이익률(마진)은 15~30% 정도다. 그렇다면 사실상 출혈 판매를 한다는 계산이다.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친 책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마저 생긴다.

서울에 난립한 전자상거래와 일반 할인서점들의 목표가 ‘동네서점을 말살하고 난 뒤 정가제로 정상판매를 하겠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혹자는 함께 경쟁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네서점 운영자 대다수는 싸울 만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2004년에는 우리 조합원 한 분이 서점에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툭하면 불황 탓이라고 하지만 사설 보습학원에서도 우리가 팔아야 할 책을 팔고 있다. 학원 설립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교육청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원비에 포함시켜 판다. 또한 초대형서점을 이곳저곳 개설하고 있는 기업들 또한 동네서점을 모두 도산시키고 있다. 특히 어느 기업에서 출자증자 문제로 망설였던 교보문고가 잠실에 개점하면서 그 폐해는 심각해지고 있다. 당국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접하고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서점이 사라진다면 그 불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웃 일본은 왜 초대형서점의 진출을 의원들이 막고 중재하였던가. 서점조차 규모의 경제 논리에 휩쓸린다면 양서를 출판하는 출판사도, 베스트셀러가 아닌 작가도 모두 쓰러질 것이다. 5년 사이 전국의 2500여 조합원 수가 500여명으로 줄었다. 머잖아 서점 문을 닫을 조합원도 상당수다.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한다. 뜻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관심, 그리고 관계 당국의 정책적 분발이 절실하다.

김영헌/서울서점조합 부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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