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3 18:51
수정 : 2006.03.23 18:51
왜냐면
군대에서 일은 하지만 신분은 민간인인 군무원들의 사병 하대와 이른바 ‘갈굼’(괴롭힘)이 비일비재했다는 겁니다.
안녕하십니까? 장관님! 공무를 수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저는 지난해 가을 2년의 군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임시직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가 사법개혁과 군개혁이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국방개혁 2020’을 비롯한 여러가지 정책·제안·목소리가 있지만 일반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무래도 군복무 중인 사병들에 대한 부분일 겁니다. 사병과 사병, 혹은 간부와 사병 사이의 문제점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저는 사병과 군무원 사이 문제에 대해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2004년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5군단 소속 탄약고인 ‘○○○ASP’에 파견된 경비중대의 일원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군대에서 일은 하지만 신분은 민간인인 ‘군무원’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재미있는 광경을 자주 보았는데, 군무원들의 사병 하대와 이른바 ‘갈굼’(괴롭힘)이 비일비재했다는 겁니다. 군무원이 사병을 지휘·지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하대’가 저에게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어느날 위병소 근무를 서던 때였습니다. 퇴근시간이 되어 군무원들이 하나둘씩 차를 타고 나갔습니다. 전 나가는 모든 ‘사제’(비군용) 차에 거수경례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차가 제 앞에 멈춰섰습니다. 창문이 열리고 그 차의 주인인 한 여성 군무원이 제게 말했습니다. “너 귀 파냐?” 제 손가락이 눈썹에 붙어 있지 않고 밑으로 조금 내려왔나 봅니다. 그리고 ‘예의’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분을 참기 힘들 만큼 모욕적인 언사였습니다. 그 여성 군무원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 경험 뒤 저는 군무원들이 보여준 사병들에 대한 하대가 의식 내면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방개혁 2020을 살펴보니 군무원을 현역 대비 3.9%에서 6%까지 늘릴 계획이던데, 이렇게 된다면 앞선 걱정일지 몰라도 사병과 군무원들 사이의 뒤틀림이 더 잦아질거라 생각됩니다. 사병들과 군무원의 관계를 확실히 선을 긋는 조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전문성’을 위한 인원이라면 온전히 전문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제한된 저의 경험을 통해 모든 군무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킬 마음은 없으나, 그렇다고 제가 경비를 섰던 그 부대의 일만으로 돌리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곳곳에 존재하는 사병과 사병 사이, 간부와 사병 사이, 그리고 간부와 간부 사이의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태 사병과 군무원 사이의 관계도 온당하게 정리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있기를 바랍니다. 공무수행에 늘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정종열/부산 동래구 복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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