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6 18:03
수정 : 2006.03.16 18:03
왜냐면
최근 어느 신문의 독자투고란에서 “형사처벌 연령을 현행 12살 이상에서 10살 이상으로 낮추어 일찍부터 소년원에 보낼 경우 낙인이 찍혀 오히려 범죄자를 양산한다”며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읽었다.
현행 형법 제9조는 형사 미성년자에 대한 일반적 규정을 두어, 만 14살이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그 책임능력이 부족하므로 일체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절대적 형사책임 무능력자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형법의 태도는 성장과정에 있는 어린 미성년자에게는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기초한 것이다. 소년법은 형법과는 달리 그 적용대상 연령을 낮추어 만 12살 이상 20살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형법과 소년법으로는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만 11살 이하는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으며 12살부터 13살까지는 위 독자가 지적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만 14살부터는 사안에 따라 보호처분은 물론 형사처벌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 산하 소년제도개혁위원회는 현행 소년법상 보호처분 적용대상 연령을 만 10살 이상 18살까지로 낮추고 사회봉사명령은 16살에서 14살로, 수강명령은 16살에서 10살로 낮추는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과거와는 달리 청소년들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범죄의 저연령화·흉포화 등이 심각하게 문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1~2학년에 해당하는 14살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높다. 또 소년법상 보호처분 대상을 12살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국가가 12살 미만 소년의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고, 범죄행위자의 나이에 근거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어린 소년들이 절단기와 망치를 들고 사무실 등을 턴다. 포르노에 가까운 합성사진을 만들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한 초등학생도 있다. 자신의 졸업식 전날 아버지가 늦게 들어온다는 이유로 전화로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자기 집에 불을 지른 초등학생도 있다. 성폭행 같은 범죄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매년 10만건이 넘는 범죄를 10대들이, 그리고 그 중 6000건 정도는 12~13살 어린이들이 저지르고 있다. 성인범죄를 뺨칠 정도로 대담해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대중매체 등의 영향과, 가정 해체에 따라 소외된 어린이들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언제까지 이들 ‘로틴(Low-Teen) 범죄’를 가정과 보호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도록 할 것인가. 선거연령도 만 20살에서 19살로 낮추었다. 민법상 성인 연령도 낮추는 방향이다. 소년범죄 적용연령이 낮아지더라도 소년에 대한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로 인신구속은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사법부의 기준이다. 보호처분도 종류가 다양해 소년원 송치는 그 비율이 극히 낮다.
얼마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흉악범죄가 늘어나고 상황이 점점 악화하자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할 경우 자녀양육권을 국가에 이양하는 ‘자녀양육 계약법안’을 입법화한다고 공표했다. 비행청소년들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정부와 부모가 상호 자녀양육 계약서를 쓴 뒤 부모 자격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가 해당 자녀를 맡아 기르게 하자는 것이다. 가정에서 방치된 자녀들이 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통계에 근거한 것이다. 즉, 정부가 조기 개입하여 청소년 범죄율을 낮추겠다는 의지다. 우리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노청한/대전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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