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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3 18:32 수정 : 2006.03.13 18:32

왜냐면 - ‘세계적 양극화 해소에도 눈을 돌리자’를 읽고

진정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국제적 기여를 하려면…한국의 지원이 민중들에게 자칫 ‘하얀 가면’을 쓴 유사 제국주의의 형태로서 마치 은혜를 베푸는 듯한 오만함으로 비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글은 박석범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이 3월10일치 <왜냐면>에 기고한 ‘세계적 양극화 해소에도 눈을 돌리자’에 대한 반론과 보론이다. 우선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로 눈을 돌려 양극화를 고민해 보자는 박 국장의 취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박 국장의 말대로 균형 있는 시각을 추구하자면 후진국을 향한 선진국 ‘시혜’의 이면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첫째, 일본과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포럼을 개최하고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 짚어보자. 박 국장은 “일본의 원조액은 우리의 30배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후진국에 대한 구애의 이면을 두고 분쟁지역 전문기자 김재명은 “일본인들이 2차대전 중에 자기네가 저지른 빚을 갚느라 난민촌을 찾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일본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들이 100만달러를 기부한다 치면 일본 기업들은 공사를 따내고 물건을 팔아서 처음에 생색내고 내민 돈의 몇 배를 챙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은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서 반성 기미는커녕 평화헌법을 어기면서까지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한 나라다. 대외 원조는 석유를 선점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아프리카라는 표밭을 관리하려는 차원의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유엔 정상회의에서는 앞으로 3년 동안 100억달러 규모의 양허성 차관과 수출신용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세간을 놀라게 한 바 있다”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사상자의 90%는 소형 무기에 희생되는데, 이 소형 무기 주요 생산국이 바로 미국과 함께 중국이다. 김재명은 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러한 소형 무기로 인한 피해로 중남미는 1400억~170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병 주고 약 주는 제로섬 게임도 아니다. 철저히 후진국의 경제를 피폐화한 장본인들이 착취를 가리기 위한 명분만을 취득하고자 하는 끝없는 마이너스 게임인 것이다.

둘째,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중국, 미국, 일본의 지원이라는 게 과연 아프리카 민중들에게 온전히 돌아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 무대였던 아프리카에서는 군부통치 국가라는 사생아가 생겨났다. 이 사생아로 말미암아 현재 아프리카의 지배층과 시민사회 사이의 괴리가 심해졌다. 가령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고스란히 아프리카 민중의 부담으로 돌아갔고, 아프리카 지배층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신자유주의 자본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아프리카 민중이 살아가는 터전과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다.

셋째, 박 국장의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라는 국제적 위상에 상응하는 목소리를 내려면 그에 걸맞은 국제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으로 소말리아, 동티모르에 파견했던 상록수부대는 그러한 국제적 기여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베트남전 참전과 더불어 미국의 들러리 구실로 이라크에 참전한 것은 국제적 기여와는 전연 무관하다.

박 국장의 말대로 진정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국제적 기여를 하려면 강대국들이 모르쇠하는 명백한 반민주적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아프리카 국가에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파병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할 때는 지원 혜택이 지배층이 아니라 민중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며, 한국의 지원이 민중들에게 자칫 ‘하얀 가면’을 쓴 유사 제국주의의 형태로서 마치 은혜를 베푸는 듯한 오만함으로 비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작해야 한국전쟁에 동맹국으로 참전한 아프리카 나라들 쪽에 반세기 만에 뒤늦게 감사와 연대를 표시하는 것일 뿐이다.

황진태/<대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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