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3 18:29
수정 : 2006.03.13 18:29
왜냐면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도 조절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학교가 치부의 수단과 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9일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된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시행령 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7일 공청회를 통해 시행령의 윤곽을 내놓았다. 개정시안은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취지에 맞게 현실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법의 충돌도 피해야 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도 조절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학교가 치부의 수단과 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공개되어 운영되는 것이다.
첫째, 그동안 사립학교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이 비리가 심각해도 임시이사를 파견하지 않아 분규가 장기화한 것이다. 시안에서는 15일 계고제도 없이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는 사유로 회계부정 및 횡령 액수가 수익용 기본재산 기준액의 50%인 경우를 제시했다. 기준액은 학생수 20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학이 121억, 전문대가 96억, 고등학교가 11억원이다. 즉, 횡령액수가 대학은 60억, 고등학교는 6억원 정도가 되어야 계고기간 없이 이사 승인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교에 대한 비리 근절 의지로 보기 어렵다. 전주지법이 발표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 배임의 경우 3000만원 이하는 징역 8월, 5억원 이상이면 징역 3년 이상이다. 교육기관에서 이렇게 횡령 액수를 높게 설정한 것은 비리 근절 의지가 박약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둘째,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가 너무 많아서 법개정을 무효화하고 있다. “학교법인의 수익사업 등 경영상의 중요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학교법인의 중대한 이익이나 재산보호에 현저한 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비롯하여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이사장 마음대로 적용하게 될 것이 뻔하다.
셋째, 개방이사를 도입하면서 그 자격요건을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건학 이념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반 이사들은 이런 규정에 적용되지 않으면서 개방이사만 이런 규정을 두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이사회가 개방이사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명분이 된다. 현재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이사 정수의 과반은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을 뿐이다. 신학대학의 경우에도 이사의 자격 요건에 건학 이념 구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학교를 설립할 때는 재산을 내놓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재산을 내놓지 않은 채 오히려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았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하여 재산이전 증빙서류를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는 문제, 재산 기부자의 정관기재 기준을 더욱 낮춰 마치 이사장이 학교를 자기 돈 내서 세운 것처럼 거짓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문제 등 사학법 시행령이 사립학교의 부패를 해결하고 투명한 학교를 만들도록 기여해야 할 것이다. 사학재단 달래기용, 이해갈등 조정용의 개정은 또다시 부패사학에 힘을 주고 학교를 끊임없이 갈등으로 몰아갈 것이다.
박정훈/사립학교개혁 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
광고
기사공유하기